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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Mar 10. 2023

나 홀로 홋카이도 여행 5

짧지만 알찼던 여행으로 기억될 듯!

사실 예상보다 비싼 비행기 요금 탓에 여행 전부터 여행 일자를 늘리지 못한 걸 조금 아쉬워하긴 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마냥 마음이 편했던 여행도 아니었고 해서(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남편이 힘들어했던 게 나로선 가장 힘들었고!) 이번엔 대신 알차게 보내고 오자고 애초에 맘먹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3박 4일이라기보단 3박 3일 같은 여행이었지만 나름 잘 보내고 돌아왔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그 이유는 우선 처음 가 본 홋카이도에서 내가 사는 곳의 느낌을 물씬 받았기 때문이라는 얘긴 이미 했었고...

일본 여행에서 흔히 기대하는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것, 그리고 혼자였지만 전혀 외로움을 느낄 시간적 정신적 여유 없이 오롯이 내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때문일 듯싶다. 내가 좋아하는 온천을 실컷 한 것도 물론 빼놓을 수 없겠고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오고야 마는 마지막날 아침, 나는 온천은 포기하고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하고 편의점에서 북해도산 다시마를 구입한 다음 방으로 돌아왔다.

떠나올 때보다 훨씬 늘어버린 짐 덕에 올 때와는 다르게 짐을 부치기로 맘먹었고, 그에 맞춰 가방을 정리했다.


그리고 꼼꼼히 방 안을 둘러본 다음 호텔 로비로 나와 키를 돌려주러 리셉션 카운터로 갔다.

호텔세를 포함 1650엔을 요구하는데, 처음에 호텔세를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계산이 잘못 됐다고 왜 이런 금액이 나왔는지 물었다.

내 계산으로는 맥주 한 잔에 550엔, 그리고 송영서비스에 500엔이면 1050엔이 맞다고 생각해서였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여직원을 대신해 남자 직원이 나섰고, 그제야 호텔세를 언급해 이해가 됐다.

기분 좋게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외치며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렸다. 잠시 후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가 도착했고, 난 제일 먼저 이름을 확인한 다음 버스에 올랐다.


시간이 가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고, 거의 떠날 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갑자기 한 커플 중 남자가 잽싸게 밖으로 나가더니 분주히 왔다 갔다 하며 바삐 움직였다.

영문을 모르고 우린 마냥 기다렸고,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버스기사분은 설명도 없었지만 누구 하나 채근하지 않았고, 대략 10분 정도 지난 다음 버스는 출발했다.



노보리베츠 온천마을에서 공항까지는 대략 한 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됐다.

공항에 내려 안으로 들어가니 약간은 썰렁한 분위기라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잠시 후 그룹투어 한국분들로 카운터 앞이 꽉 채워졌다.


세계 어디를 가든 한국사람들은 표가 난다.

눈치 빠르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을 보면 대개가 한국인들이니까.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그들 역시 캐리어가방으로 줄을 세웠고, 잠시 후 티켓팅이 시작됐다.

나 같은 경우는 캐나다 여권이라 한국에 사전검역등록이 되어 있는지 재확인했고, 순조롭게 절차를 마친 다음 나는 홀가분한 몸으로 게이트로 향했다.



저가항공이라 식사가 제공되지 않으니 아무래도 공항에서 배를 채워야 했지만 아직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괜스레 공항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내 눈에 뜨이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일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국선물 '로이스 초콜릿'이 바로 그것!

혹시나 면세점에서 구입하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 나는 면세받을 수 있는 금액 5400엔 이상을 이미 티켓팅하기 전에 공항 상점에서 구입을 했는데, 아뿔싸! 면세점 가격이 개 당 64엔이나 저렴한 게 아닌가?

물론 위로를 삼자면 구입한 초콜릿을 짐으로 부쳐버려 손이 가벼워졌다는 이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배가 아파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차라리 면세점에서 다 떨어져 낭패였다는 기사를 읽지 말 것을~'


이미 벌어진 일에 오랜 시간 고민하는 캐릭터가 아닌지라 곧 잊긴 했지만 다시금 내 실수를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공항에서 식사를 하려던 내 계획이 졸지에 변경되고 말았으니 대부분 게이트 근처 식당들이 문을 닫아 영업 중인 식당이 많지 않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중 일본까지 와서 먹어보지 못한 라멘을 마지막에 먹으려고 했는데 라멘집이 한 집만 영업 중인 건지 아까 티켓 카운터 앞에서 봤던 그룹투어 한국분들이 이미 길게 그 앞에 줄 서 있는 게 보이는 것이었다.

내 앞 세 팀 앞에서 줄이 끊어졌고, 나는 대략 25분 이상을 더 기다렸다 겨우 자리를 잡아 앉을 수 있었다.

예의 성질 급한 한국인답게 나는 앉자마자 찜해 놓은 라멘을 주문했다.

다행스럽게 라멘 맛은 훌륭했고, 이전의 나처럼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배려한 건 아니지만 빛의 속도로 식사를 끝낸 나는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


라멘 사진을 찍는 중 내 것이 아닌 옆에 앉은 한국청년의 맥주와 핸폰임을 밝힌다! ㅎ
내가 주문한 스파이시 미소라멘.


끝까지 긴장의 끈을 내려놓을 수 없었던 여행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가면서 추억으로 기억된다는 걸 떠올리며 애써 평상심을 되찾으려 했다는 것, 결국 비행기 보딩이 시작돼 자리에 앉았을 때는 뭔지 모를 안도감이 밀려오며 역시나 좋은 기억만 떠올랐다는 사실! 

이 아니 긍정의 아이콘다운 시작과 끝이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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