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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Mar 15. 2023

여자들끼리 함께 한 첫 일본 여행 1

일본 규슈 '시미즈 료칸'

하늘에서 본 후쿠오카
우리가 렌트했던 소형 차량.



몇 년 전, 조카들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엄마를 만나러 한국을 방문했었다. 

당시 우리 가족 중엔 가깝고도 먼 일본여행을 제대로(?) 해 본 사람이 없는지라 이 기회에 여자들끼리(어머니, 나, 내 동생과 두 딸 이렇게 다섯 명)만 일본여행을 가기로 했다. 

몸 불편하신 어머니를 위해 자동차를 렌트하기로 했는데, 그러자니 정원 5명이 딱이기도 했지만 아들은 당시 뭘 배우는 중이라 어차피 갈 수도 없어 이래저래 여자들만의 여행을 계획했던 것!


오른쪽 핸들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조금 겁이 나긴 했지만 인터넷을 뒤져보니 처음 10분만 헷갈리고 괜찮았다는 의견이 많아 '까짓것! 남들이라고 하는데 왜 내가?' 하는 맘으로 확 일을 저질렀다. 

어머니를 위한 휠체어를 준비하고 처음으로 인천공항까지 내가 운전해 그곳에 장기주차를 하고 비행기를 타기로 하고 우리는 무려 출국 네 시간 전에 공항을 향해 집을 나섰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해 무사히 차를 장기주차장에 주차하고, 짐을 부치고, 늦은 아침으로 모처럼 햄버거를 먹은 후 우린 출국수속을 마치고 일찌감치 출국장 앞으로 갔다. 그리고 생전 처음 함께 해 보는 일본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탑승했다. 


우리의 첫 일본여행 여정은 원래 이렇게 계획했었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 -> 렌터카 픽업 -> 유후인을 거쳐 조금 떨어진 '시미즈 료칸'에서 숙박 -> 다음날 후쿠오카 시내를 돌아다니다 -> 후쿠오카 시내 호텔 체크인 후 -> 시내를 좀 더 돌아다니다 저녁 식사 후 호텔로 돌아오기 -> 호텔 체크아웃 후 자동차 반납하고 출국수속으로.


그런데 우리의 계획에 약간의 차질이 생겼으니 다름 아닌 공항에서 렌터카를 픽업할 걸로 예상했던 내 생각이 완벽하게 어긋난 것이 그것이었다. 차를 렌트하기 위해선 국제선 터미널에서 무료버스를 타고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해야 했고, 영어가 잘 안 통하니 대충 눈치와 감으로 난관을 헤쳐나가야 했기에 예상 시간을 훨씬 넘겨서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었던 거다.


그리고 드디어 차에 올라 차를 움직였을 때 방향등과 와이퍼에서부터 헷갈리는 걸 시작으로 한동안 실수를 연발했지만 이성과 침착함으로 찬찬히 운전하기를 익혀나갔다. 그렇게 어리바리하면서도 어쨌든 하이웨이에 올라섰고, 그 이후론 한국에서보다 훨씬 속도감을 즐기기까지~ 


한 시간 반 정도 지났을까? 유후인을 들르려고 했던 애초의 계획은 시간 관계상 내일로 미루고 우린 곧장 '시미즈 료칸'으로 향했는데, 도착지에 다다르도록 간판이 보이지 않아 우리는 잠시 황당함 속에서 설왕설래하게 되었다. 결국 좀 더 아래로 내려가 보니 몇 개의 료칸이 보였고, 그중에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시미즈'가 떡허니 있는 게 아닌가? 


이곳은 유후인에서 조금 떨어진 유노히라라는 곳이고, 조금 한적한 곳이라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으로 보였다. 가보진 않았지만 유후인 료칸은 유후인의 번화가에서 가까운 곳도 꽤 많아 접근성은 좋지만 아무래도 조금 시끄럽지 않을까 싶은 우려도 있고, 아무래도 같은 수준이더라도 가격 차이도 있을 듯 해 이곳을 예약했는데, 이층에 방이 잡혀있었던 것만 빼면 모든 게 다 만족스러웠다. 그것도 대단히~


무엇보다 사장님 내외분을 비롯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너무도 친절했고, 가이세키정식도 일본음식이라고 하기엔 조금 짭짤한 맛이었지만 그런대로 맛 좋았고, 온천 역시 동굴로 분위기가 그윽하니 너무 좋았다. 물도 매끈매끈했고, 온도도 딱 맞았고, 노천탕에선 몸을 식혔다 덮였다 할 수 있어 좋았고...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목욕 후 방으로 돌아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아주 흡족한 맘으로 우린 잠자리에 들었고, 그렇게 우리의 첫날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정갈한 카이세키요리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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