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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Apr 25. 2023

넷플릭스 'Chimp Empire'

먼 과거 우리 이야기, 수컷의 비애에 관한 소고

평소 '동물의 세계'와 '집단적 행동'에 관심이 많은 에 다큐멘터리 하나가 넷플릭스 플랫폼에 올라오자마자 감상했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제목은 '침 엠파이어' 즉, 침팬지 세계를 보여주는 자연 다큐멘터리였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침팬지도 우리 같은 잡식성이라는 걸 알게 됐다.

더불어 생긴 게 비슷해 막연히 같은 과로 생각했던 원숭이를 사냥해 잡아 먹는 장면에선 다소 놀라움을 경험했단 이야기도 덧붙어야 할 거 같다.


배경은 아프리카 우간다에 위치한 'NGoGo'라는 열대우림으로, 이곳에는 현존하는 가장 큰 침팬지 사회가 존재한다고 한다.

화면은 중앙 지역으로 표시되는 그곳의 수장 잭슨이라는 31살의 수컷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그의 곁엔 이젠 노쇠한 40살의 마일즈와 여러 마리의 수컷이 그를 보필(? 그들의 세계에선 수장을 중심으로 모든 게 결정되니까)하고 있다.

재미난 것은 '그루밍'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멋 부리기' 혹은 '몸단장' 같은 걸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예전에 동물원에 갔을 때 서로 이를 잡아주는 모습으로 봤던 게 일종의 그게 아닌가 싶다(누구 아시는 분 계시면 정확한 답변 좀 주시기를 부탁드려 본다!).

이들 사회에서 이러한 행위는 서로에 대한 신뢰, 그리고 인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들의 눈빛은 인간의 눈빛과 많이 유사해 보이는데, 그건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의 조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그들의 위상과도 관계가 있겠지만 생각하는 영장류 특유의 사색 때문일 듯싶다.

그들의 눈빛에선 사색과 궁리가 분명 엿보였다. 내레이터에 의하면 그들이 같은 동족의 죽음 앞에서 슬픔을 표하는지 아닌지는 알려진 바 없다고 하지만, 분명 내 눈에 그들은 동족의 죽음에 심히 동요하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단순히 자신 앞에 닥친 운명을 걱정하는 눈빛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함부로 이렇게 결론을 내리는 게 옳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 인간류보다 뇌발달은 부족하니 깊은 사색까지는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앞으로를, 즉 미래에 벌어질 일을 걱정하는 눈빛임엔 분명했다.


그들 사회에선 너무도 당연하게 아비가 자식을 못 알아본다(물론 자식도 아비를, 암컷도 새끼의 아비가 누군지 모르는 듯 보였다). 짝짓기를 해야 할 때가 되면 수컷은 암컷과 교미한 뒤 바로 자리를 뜨고 나머지는 모두 암컷의 일이다. 새끼를 낳고 그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 자립할 때까지 돌보고 하는 일 같은 거 말이다.

어찌 보면 안타까울 수도 있는 일이지만 또 어찌 보면 이건 그들 집단을 위해 더 현명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에 비유하자면 자기 새끼를 챙기기 위해 (물론 다는 아니고) 얼마나 많은 부모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가란 점을 생각해 볼 때 그런 생각은 더 깊어진다.


한 가지 안쓰러운 점은 자기 새끼를 몰라 보고 수컷 대장이 암컷이 정성껏 기르는 새끼를 해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긴 한데, 적자생존이 엄연히 존재하는 야생에서는 피치 못할 캐주얼티이리라. 자기 집단(결국은 자신)을 위해 약한 걸 철저히 밀어내는 그들의 본성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일 터다.


그들의 세계에도 엄연히 라이벌이 존재하고, 깜냥이 안 되는 존재는 무시하거나 자신에게 해를 가했던 존재를 기억했다가 끝까지 복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우두머리는 절대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존재했고, 제 이인자는 늘 기회를 엿보고 대장을 칠 준비가 되어 있는 것까지 우리 인간 사회에서 보이는 모습들과 대동소이했다. 덧붙여 자신의 건재함과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과한 몸짓을 하는 것까지!


암컷이 겪어내어야 할 숙명이 일면 자잘(암컷의 역할을 축소 혹은 비하하는 건 아니고 그들의 사회에선 당연히 몸짓 큰 수컷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에서)하다면, 수컷들의 숙명, 그중에서도 수장의 그것은 부침이 크고 참으로 외로운 것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얼마간의 폼남(여기에 책임의식이라는 것도 있으려나?)을 담보로 아파도 아픔을 표현할 수 없고, 묵묵히 홀로 견뎌야 하는 그들의 삶은 인간 세계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 집단에는 타 집단과의 화친, 협력은 없다는 그것일 터! 그들은 철저히 집단 안에서만 뭉치고 함께 행동했다.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을 위해 좋은 땅(즉 좋은 과실이 있는 땅)을 차지하고자 하는 집단 간의 투쟁은 살벌하고 첨예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한 시대를 풍미하던 인물(여기선 물론 수컷 침팬지)도 언젠가는 사그라들게 되고, 그 뒤를 잇는 새로운 뉴페이스가 등장하면서 그렇게 역사는 흘러간다는 변함없는 진리와 함께 약육강식이 도드라지는 야생의 그들에게 그것은 더 처절한 숙명(살아내기 위해 선택권 없이 집단행동에 반드시 참여해야만 한다는 점에서)으로 보였다는 점일 것이다.


반면 우리 인간은 나와 적대적인 관계와도 협력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협력을 빙자한 권모술수까지 가능하니

그들보다 우월하다 말할 수 있으려나? 교언영색과 양두구육, 표리부동이 가능한 인간임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려나?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흥미로운 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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