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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Apr 27. 2023

사실적이면서도 지적인 '사랑에 관한 보고서'

알랭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이 23세에 썼다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고 그의 천재성에 탄복하며 글을 읽던 기억이 가물가물한 가운데, 그의 작품 중 또 다른 사랑에 관한 보고서인 이 책을 읽게 됐다.  

사실 이 작품 이전에 그의 소설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란 작품도 읽기 시작했었지만 그건 아직 다 끝내지 못한 상태고.


이 작품을 '사랑에 관한 보고서'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개인적 느낌으로 이 두 작품('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우리는 사랑일까') 모두가 단순한 소설이 아닌 마치 남과 여의 심리를 갖가지 이론과 철학에 비유해

적나라하게 들춰내는, 즉 보고서처럼 느껴져서였다.  

이번에도 지난번과 똑같이 난 그의 박식함과 사물의 본질과 인물의 심리를 밑둥지까지 내려가 철저하게 파헤치는 그의 글쓰기 스타일에 푹 빠졌던 건 물론이었고 말이다.


이 소설은 다분히 몽상적인 앨리스라는 여자 주인공을 통해 남과 여의 만남, 아니 그전에 겉으로 드러내 놓진 않았지만 이상적인 남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여성의 심리에서부터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믿었던 남자를 결국 만나게 되어 급작스레 사랑에 빠지는 과정, 그리고 또 어김없이 찾아오는 실망감과 진실의 발견 등을 아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의 글은 늘 재치로 넘치고, 특히나 약간은 냉소적으로 어떤 인물을 그리면서 그 인물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솜씨는 가히 일품인데, 그렇게 많은 이들이 놓치기 쉬운 인물의 특질과 생생한 표현을 바탕으로 작품을 이어가는 그는 진정 시대의 이야기꾼이라는 찬사에 톡톡히 걸맞은 작가라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특히 내가 그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늘 그의 글에서는 다양한 사상가, 철학자들의 이론이 우리의 현실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다는 그것인데, 그런 이유로 다소 현학적인 그의 글쓰기가 때론 버겁다가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천재성을 순응하게 만든다.


또 무엇보다 그의 글은 우리 인간의 내면을 아주 신랄하게 파헤쳐, 더 이상 감출 것이 없는 상태를 보여주므로 ‘뭐 세상에 별 다른 사람 있나?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동류의식을 느끼게 만든다는 그 점 또한 참 좋다.  

즉, 내 안에 존재하는 숭고함과 추함을 동시에 인정하면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는 그것 말이다. 난 그러한 것들이 결국 나다움의 발현을 돕는 씨앗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이 책은 내가 늘 쓰고 싶다고 꿈꾸고 있는, 즉 내 안의 사유를 따라 의식이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면서, 동시에 위트가 있고, 참신하며, 톡 쏘는 상큼함으로 똘똘 뭉쳐진, 바로 그런 글쓰기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진정성을 담아 진실에 가까운 글(자신이 정말 쓰고 싶은 글?)을, 또 한 편으로는 독자들의 입맛(재미와 교훈 모두를 얻고 싶어 하는, 그를 닮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허영적 욕구)에도 맞추어 주는 글을 보여주므로 읽는 이들로 하여금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만들고, 읽는 행위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들고, 더불어 진한 감동까지 주고 있다는 말이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본질에 접근하는 연습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고, 이렇게 우리에게 흥미와 진지함을 동시에 던져주는 작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또 한 번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즐거움, 재능 넘치는 이야기꾼인 지적인 작가의 사유를 공유하는 기쁨을 만끽했다는 말을 끝으로 감상을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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