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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Jun 07. 2023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

할레드 호세이니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 작가다.

그는 처녀 소설 '연을 쫓는 아이들'The Kite Runner'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등극했지만 원래 직업은 의사였다.

의사활동을 하면서 쓴 소설이 시쳇말로 대박을 쳤지만 당시만 해도 대개의 사람들은 그저 처음 뭔가를 해 성공한 '어쩌다' 운 좋은 그런 사람으로 치부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발표했을 때 많은 이들은 그의 탄탄한 소설적 소양과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또한 첫 번째 작품에 이어 몇 년간 묵혀뒀던 이 소설을 다시 꺼내 들고 읽어 내려가면서 그의 탁월함과 동시에 우리 가슴을 적시는 '휴머니즘 코드'에 또 한 번 심히 경도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소설을 관통하는 사상은 바로 '인간의 고결함'이라고 난 생각한다.

계급 간의 확연한 차별이 당연시되는 사회, 외적은 물론 동족 간의 전쟁과 적대감, 핍박 속에서도 몇몇 훌륭한 인물들이 지켜낼 수 있었던 건 바로 '고귀한 인간성'이었다는 것을 작가는 두 편의 소설에서 연이어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소설 '연을 쫓는 아이들'에서 천민 계급 출신 하자라 보이 핫산이 그랬다면, 두 번째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서는 하라미(사생아) 출신 마리암이 바로 그런 고귀한 인간성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들은 사회적 신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진정 훌륭한 인격체로 고결한 선행을 행하므로 그들에게 손가락질하던 많은 이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연을 쫓는 아이들'에서 두 소년, 즉 아미르와 핫싼의 우정을 보여줬다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선 마리암과 라일라라는 두 여성의 우정을 보여주는데, 이들의 뜨거운 소통과 상호작용은 눈물겹기 그지없다. 이는 더 나아가 우리 인간이 어떻게 행동해야 인간다울 수 있는 가에 대한 전범(典範)이 되기에 충분하다 여겨진다. 


이 소설을 통해 이슬람 문화, 특히나 남성 위주의 황당한 사회구조에 분통이 터졌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페미니즘에 별 관심도 없고 왜곡된 페미니즘엔 더더욱 환멸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임에도 말이다. 

굳이 여성, 남성 성차별을 떠나 인간이 같은 인간에서 행사하는 어이없는 차별과 잔인한 폭력성에 흥분됐던 거라고 난 믿는다.


그런 이유로 이 소설 역시 여성, 남성을 떠나 사회적 제도 아래에서 억압당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소설이란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또한 성별, 세대별, 계급별 편 가르고 갈등을 조장하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묵직함과 미약한 인간의 개과천선을 촉구하는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엄중하면서도 훈훈한 소설이란 생각이 확고해졌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모순적 구조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규정지어진 이들이 마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처럼 빛날 때 그들을 멸시했던 이들은 깊이 후회하고 부끄러워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우리에게 일깨우는 소설로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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