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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Jul 04. 2023

논리적이고 균형 잡힌 사고력에 큰 도움이 되는 책

'정의란 무엇인가'

세계적인 정의 분야 학자로 평가받고 하버드 대에서 최고의 명 강의를 펼치는 교수로도 인기 높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이 책은 인문학 책으로는 보기 드물게 밀리언 셀러로 등극한 책 중 하나다.  


사실 나는 책보다는 그의 강의 중 몇 개를 인터넷에서 먼저 듣고, 머나먼 나의 대학시절을 떠올리며, 그리고 또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며, 아스라한 과거의 그 감성과 함께 교사로서 새로운 각오랄까 감성이 다시 되살아나는 걸 경험했었다. 


그 감성의 정체라는 게 뭐 꼭 나의 대학 시절의 강의나 학구열이 그의 유명한 강의나 그의 강의에 귀 기울이는 명석한 하버드 대학생들의 그것과 꼭 같아서 그랬다기보다는, 그저 내게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뭔가를 느끼고 배우려고 하면서 초롱초롱 눈을 빛냈던 시절이 있었지~ 내지 명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의 열정이 그대로 내게 전달되는 듯한 느낌과 더불어 나 자신 가르치는 일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도 저런 열정적인 강의를 하고 싶다는 바람과 자극으로부터 오는 다소 복잡다단한 심정이었다는 게 더 옳은 말일 것이다. 


아무튼 나는 그의 강의를 지켜보면서 실로 오랜만에 자못 흥분을 느꼈던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의 책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면서 나는 그의 강의가 우리들에게 주는 가장 큰 메릿은 자칫 당연하다고 여기고 받아들였던 지금까지의 많은 일들이 곰곰이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해석으로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그것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그건 다시 말해서 그의 강의 내용이 우리들의 굳어진 사고를 유연함과 사려 깊음으로 재 탄생시킬 만큼 논리를 근거로 한 적절하고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끄는 힘과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그의 강의는 사실 예전부터 있어왔던 여러 사상들을 통하여 보다 진일보된 하나의 사상체계를 세웠다는 게 더 옳은 말일 것이다.  예를 들어 “공동체주의자”라는 용어는 그가 처음 사용한 걸로 되어 있지만, 그가 말하는 공동체주의는 자유주의와는 차별화되는 것이면서 동시에 같은 공동체주의자들 중에서 다니엘 벨과 함께 더욱 넓은 의미로 공동체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그의 이론이 어떠한 경로로 발전되어 왔는지 그걸 한 번 살펴볼까? 


정의를 물을 때 우리는 행복극대화, 자유 존중, 미덕 추구 이 세 가지를 고려해봐야 하는데, 이중 행복 극대화는 벤덤의 공리주의에 닿아있고, 자유 존중과 미덕 추구는 어찌 보면 서로 상충되는 듯 보이면서 고대의 정의론은 아리스토델레스가 주장했던 정의를 말할 때 가장 바람직한 삶의 방식부터 심사숙고해야만 한다는 “미덕론”에서 출발한 반면, 근현대의 정의론은 정의로운 사회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 각자 좋은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칸트와 존롤스의 “자유론”에서 출발했다고 그는 말한다. 


위의 세 가지, 즉 행복, 자유, 미덕은 재화 분배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이기도 한데, 오늘날 우리가 행복을 말할 때 그것은 시장중심사회에서의 경제적 풍요로움을 말하는 것이며 여기에서 우리는 벤덤의 공리주의를 떠올릴 수 있지만, 그의 약점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과 또 하나 모든 가치는 공통된 하나의 통화로 파악될 수 없다(중요한 도덕적 문제를 모조리 쾌락과 고통이라는 하나의 저울로 측정하는 오류)는 그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다음으로 자유에 관해서는 자유방임주의와 공평주의를 말하는데, 성인들의 합의에 따른 자발적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하자고 말하는 자유시장주의자들과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바로잡고 모든 이에게 성공할 기회를 공평하게 나눠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하는 평등을 옹호하는 이론가, 즉 공평주의자들의 주장을 비교하며, 또한 자기 소유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자유시장주의자들의 원칙을 정의란 개념과 연결해 극단적인 예로 안락사, 식인, 장기판매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우리들이 깊이 사고해 볼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또한 여기에서 그는 칸트의 철학사상을 인용하여 인간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 존재해야 하며 올바른 이유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의무동기를 가지고 있고, 자율적으로 조건이 없는 정언명령에 따라 행동해야 하지만 인간은 늘 이성적인 존재만은 아니므로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거짓말보다는 오도된 진실을 말하므로 진실을 말해야 하는 의무에 경의를 표하는, 즉 도덕법에 존중하는 표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그의 이론과 사회계약을 기초로 한 정의론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미덕과 좋은 삶에 대한 이론에 대해서는 존 롤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사상을 인용하는데, 먼저 존 롤스의 도덕적으로 임의의 요소를 배제한 차등원칙의 부의 분배를 언급하며, 분배정의가 미덕이나 도덕적 자격을 포상하는 게 아니라 게임의 규칙이 정해졌을 때 생기는 합법적 기대를 충족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그의 정의론을 좀 더 평등한 사회를 옹호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덧붙인다. 


두 번째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은 정의를 목적론에 근거해 보는 시각과 정의를 영광과 포상을 분배하는 것으로 보는 관점에서 고찰하면서 정치와 좋은 삶의 구현의 불가분의 관계, 그리고 적합성의 문제를 논하고 있다.  

하지만 적합성이라는 개념의 위험성에 대한 여지는 충분히 열어두고 있으며, 공정성 그리고 영광과 인정에 관한 논란에 앞서 좋은 삶의 본질에 대해서도 숙고해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칸트와 롤스에게서 보이는 종교적, 세속적 특정한 개념에서 벗어나는 자발적 의지와 도덕적 이상 혹은 선의 이론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하는 선, 즉 우리 본성을 실현하고 인간 고유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론에 부합되는가를 따지는 이론을 분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유주의자들과 공동체주의자들의 차이를 이끌어내고 있다.    


결국 그가 말하는 정의로운 사회는 우리가 <서사적 탐색>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다시 말해 결코 지역과 사회, 공동체에서 분리될 수 없는 존재로서 도덕적, 정치적 의무를 지되 그저 자유주의에 입각한 공적 이성이 요구하는 중립성을 따르기보다는 도덕적, 영적인 차원으로 진지하게 다루는 정치를 구상하고, 여러 분야에서 시민의 관심사라는 폭넓은 영역으로 끌어내는 정치를 구상하는 사회, 즉 공동선을 추구하며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정치를 실현하는 사회이다.  

그러므로 도덕에 기초하는 정치는 회피하는 정치보다 시민의 사기 진작에 더 도움이 되고 더불어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더 희망찬 기반을 제공한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이상으로 그의 정치철학을 살펴보았는데, 우리는 그의 문답식 강의 내용을 귀담아들으면서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이 결국 좀 더 좋은 삶을 위해 우리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최상의 방책이라는 사실을 쉽게 수긍하게 된다. 게다가 우리 자신을 도덕적 딜레마 속에 흥건하게 빠트리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인식과 사고력이 확장되어 있다는 걸 발견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건 그의 이론들이 우리들로 하여금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는 균형 잡힌 사고력, 그리고 논리적이면서 동시에 타당하고도 거시적인 세계관을 갖도록 만들어 줘 나와 가족이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우리 스스로 벗어나게 해주는 아주 흐뭇하고 바람직한 체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서 인문학 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과 환호,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책의 가치가 드디어 내 것으로 편입되었다는 만족감과 새로운 것을 알게 된 기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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