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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Oct 11. 2023

신선한 매력과 반전이 돋보이는 영화 한 편.

영화 '지구를 지켜라'



먼저 제목이 마지 무슨 만화제목인 듯하단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 영화를 보고 나서 검색해 보니 만화, 음악극, 드라마, 책, 개그콘서트 코너까지 아주 다양한 동명의 검색어가 검색되더라는 웃지 못할 진실이 있었다.


그런데 더욱 나를 헐~하게 만든 건 이 영화 참 표현하기가 오묘한 매력덩어리에다 연기력 가히 신격인(나도 그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워낙 '하균앓이'니 뭐니 하면서 그를 신격화하기에 한 번 장단을 맞춰본다!^^) 신하균 외에도 연기의 또 다른 지존 백윤식씨가 완전 악역도 아니요, 그렇다고 피해자도 아니고 게다가 인간도 아닌 외계인을 맡아 열연했고, 그 외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조말생 역을 맡은 배우 이재용이 형사로, 또 내가 좋아하는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에서 개성 넘치는 셰프 역을 하고 있는 황정민(모두가 알고 있는 그 잘 나가는 남자배우 황정민 말고 여자 황정민이다!  물론 아나운서 아닌 배우 황정민이고!)이 순

박한 서커스단 곡예사 순이로 분해 훌륭하고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등 내공이 대단한 배우들이 이 만화 같은 제목의 영화에 대거 출연했다는, 바로 그것이 되겠다.


그리고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이 누군가 또 알아봤더니 장준환이라는 이름의 감독인데, 이 작품이 바로 그의 데뷔작이고, 그는 이 작품으로 2003년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거머쥔 건 물론, 청룡영화상에서도, 모스크바 영화제에서도,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도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는 걸 알게 됐다.  

거기다 그를 또 유명하게 만든 건 그가 배우 문소리의 남편이라는 것도 한몫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고 말이다.


아무튼 전혀 아무런 선입견이나 영화에 대한 정보 없이 영화 보기를 즐기는 나로서는 이 독특하면서도 희한한, 그리고 다소의 황당함을 넘어 종래에는 알싸함과 신선함까지 선사하는 이 영화의 매력에 푹 빠졌던 게 사실이었다.


평소 컬트나 SF 류의 영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외 때론 눈물로, 때론 숨 넘어갈뻔한 유머와 재치로, 또 그 안에 뜨거운 메시지까지 담은 뛰어난 작품성 때문이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래서 그 뛰어난 작품성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자면….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에 대단한 반전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잔혹한 장면에서도 웃음이 나게 만드는 건 코헨 형제나 쿠엔틴 타란티노를 연상하게 하는데,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보다는 외국에서 더 성공적이었을 것 같단 생각을 하게 만들더니 실제로 외국에선 극찬을 받았던 반면, 아쉽게도 국내에선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가슴 절절한 사연과 그에 따른 잔혹 복수로 봤을 때 박찬욱감독의 '복수 3부작'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또 뭔가 다른 맛이 확실히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외계인 '강만식'을 잡아들여 고문을 하려고 일부러 이태리타월로 살을 벗겨 거기에 물파스를 바르는 행위는 매우 우스꽝스럽지만 그가 그렇게 되기까지 겪었던 고통은 너무도 엄청나 보이고, 순하디 순한 순이가 좋아하는 병구오빠의 지나친 고문행위를 참고 견디다 결국 그의 곁을 떠나는 장면은 비장함이 절로 느껴지게 만든다. 


반전으로 보자면, 우스운 꼴로 엄청 당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실제 외계인이었다는 설정이 맨 뒷부분에 나와 모두의 허를 찌르는데, 이게 그때까지 영화가 보여줬던 내용들과 다소 부조화를 이루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론 잘 짜진 하나의 틀을 이루면서 영화적 재미로 봤을 때나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연결해 봤을 때 큰 충격을 주면서 다시금 생각을 재정리하게 만드는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결국 관객들에게 웃음과 울음, 울컥함, 거기에 큰 울림까지 동시에 선사하는 참으로 특이한 영화가 바로 이 영화인 셈인데, 그러니 영화감상을 끝내고도 오랫동안 영화의 잔상들이 뇌리에서 맴돈다는 그것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자 뛰어난 점이 아닐까 싶다.


평소 잔혹한 고어(Gore)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혐오하기까지 하는 내가 이 정도로 인상 깊게 영화를 봤다면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환호했을까 라는 게 내 개인적 생각이고,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에는 대단한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비주류의 이런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의 뚝심은 대단하지만 실험적인 이런 영화를 받아들이지 않는(혹은 않았던? 왜냐면 이 영화가 제작된 게 꽤 오래 전인 2003년이었으니까) 한국 영화 관객들의 취향도 이미 어느 정도는 달라졌으리라 기대해 본다는 말로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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