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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Oct 11. 2023

이 가을, 이들처럼 사랑하고 싶으세요?

책 '사랑이 내게로 왔다'

<이주향의 열정과 배반, 매혹의 명작 산책>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대학에서 철학을 흥미롭고 쉽게 가르치는 인기 높은 교수로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철학을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많은 호응을 얻었다는 작가의 평판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랑에 관한 성찰적 보고서로 보인다.


총 33 편의 문학 작품 속 사랑이야기를 그녀만의 해석으로 싣고 있고, 거기에 가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 속 주인공들(주로는 여성)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는 형식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그녀가 그 작품들을 읽으며 느꼈던 것들이나 궁금했던 것들을 그러한 형식으로 꾸며 자신의 생각들을 드러낸 듯한데, 참신하면서도 공감되는 부분이 꽤 많았다.


물론 여기 나오는 33 편의 문학 작품들을 다 읽어본 건 아니지만(대부분은 읽었던 작품들이지만 그중 또 대부분은 이미 희미한 기억의 저 편에 머물러 있어 그것들을 되살리기가 쉽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이겠다.) 작가가 들려주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덧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상기되기도 했고, 또 작가의 친절한 해석으로 이미 한 편의 작품을 다시 읽어본 듯 한 착각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더해, 갖가지 사랑의 유형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바로 그 안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또 우리가 꿈꾸는 황홀한 사랑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사랑에 대한 실체를 직면하는 듯한 느낌에 휩싸이기도 하고, 또 믿어왔던 사랑의 본질이 어느 순간 흔들리고, 해체되는 고통을 맛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나 찬란했던 사랑이 그보다 더 깊은 증오로 변하는 걸 보면서 우리는 사랑에 회의를 품는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한 경험들이 왜 그저 문학 작품 속 이야기들로만 여겨지지 않고, 바로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내가 원하는, 혹은 원하지 않는 나의 이야기라는 착각이 드는 걸까?  

그것은 우리 자신 안에 존재하는 사랑에 대한 환상, 다시 말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염원을 우리 모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하기에 아프더라도 사랑을 하고 싶고, 찢어지더라도 가슴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난 후에 찢어지고 싶어 하는 거 아닐까? 

또 소멸할지라도 그 단 맛을 단 한 번이라도 맛보고자, 우리는 기꺼이 우리의 전부를 거는 도박을 감수하는 게 아닐까?


결론적으로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고전 속의 주인공들은 사랑이 일깨운 열정과 기쁨과 슬픔과 질투와 분노와 두려움으로 자신을 배우고 생을 배워간 사람들이고, 그들이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사랑 없는 평화보다 사랑 있는 갈등이 낫기 때문에, 우리들 또한 그러한 사랑을 맛보고 싶어 하는 그들과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깨지더라도 기꺼이 사랑에게 다가가는 모험을 하는 거라고 여겨진다.  

그러니 이 책의 많은 부분을 공감하지만 제목만큼은 이렇게 고치는 게 어떨까란 생각을 해 봤다.  


<내가 사랑에게로 갔다.>로.


결국 사랑이란 나 아닌 타인을 향한 나의 끊임없이 샘솟는 갈망과 열정의 표현, 또는 자신을 키우는 영양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상기시켜 주지만, 동시에 그 갈망과 열정이 늘 아름답거나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때론 희생과 용기, 결단을 요구하고, 우리들에게 아픔을 주고,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니 이 가을 사랑에 목말라하는 이들, 사랑에 목숨 걸고 싶어 하는 이들은 바로 이들처럼 사랑을 배워나가고 생을 배워나갈 용기로 사랑에 직면해 보시길.  

세상에서 내려주는 사랑의 해석에 상관없이 각자의 방식대로 용기 있게 말이다.  

사랑의 실체를 직시하고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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