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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Dec 04. 2023

리스본 여행 둘째 날 2(23/10/31)

'Ponte 25 De Abril' '국립 아줄레주 박물관' 외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충분히 흡족함을 느낀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을 벗어나 근처에 있는 유명 나타집을 찾았다.

'Pastéis de Belém'이란 이름의, 나타집이 바글거리는 리스본에서도 최고로 유명한 나타집.



몇 년 전 '걸어서 세계여행'인지 '세계 테마여행'인지 하는 프로그램에서 이곳의 에그타르트 레시피는 오직 세 사람만 알고 있고, 이들은 절대 같은 비행기에 타지 않는다는 사연을 시청한 적이 있다.

그날 이후 난 반드시 이 집을 찾아가 맛을 봐야겠다고 결심했고, 드디어 그 결심을 실현시킬 수 있는 날을 맞이하게 된 거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길고도 긴 줄에 서 기다리는 동안 꽤 많은 이들이 이곳의 에그타르트를 사들고 오는 모습을 봤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우리도 그럴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촉박해 보여 우린 수도원 관람을 마친 후 그곳을 찾은 거였다.


역시나 긴 줄의 대기자가 있었지만, 직접 매장에 들어가 시식하는 줄과 포장해 '테이크 아웃'하는 줄은 구별돼 있었다.

우린 '테이크 아웃'줄에 서 잠시 기다리다 마침내 6개 포장된 에그타르트를 받아 들 수 있었다.

뭐 감격이라고 말하기까진 뭐 해도 약간의 얼떨떨함을 동반한 미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이걸 그토록 오래 기다려왔다는 거지? 어디 맛을 한 번 봐 볼까?'

즉시 포장을 걷어내고 남편과 나는 각각 하나씩 맛을 봤다.

'글쎄! 이게 최고의 맛?'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확연했다.

아무래도 내 혀의 감각이 남들보단 뒤떨어지나 보다 그렇게 치부하기로 했다.

남편 역시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버켓리스트라고 말하기까진 뭐 하지만 그래도 소원했던 거 하난 이룬 셈은 맞다고 자위하며 자리를 떴다.



리스보아 카드(1인 48시간 $54.48)를 구입하면 무료로 구경할 수 있는 게 꽤 많았다.

이미 이걸로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와 벨렝타워,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모두 무료(물론 가격에 다 포함됐다는 게 맞는 얘기겠지만) 관람했다.

원래는 월, 화 이틀 빡세게 이용하려 했지만, 월요일엔 거의 모든 뮤지엄이 문을 닫는 탓에 화요일인 그날부터 사용하기로 했으니 아주 충실히 활용해야 했다.

다음날은 이미 리스본 근교 '신트라' 여정이 예약돼 있어 활용할 기회가 많지 않으므로 더더욱 오늘이 피크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린 서둘러 다음 장소로 향했다.



'Ponte 25 De Abril'라는 다리는 리스본 테주강 저편, 알마다 지역을 잇는 다리다.

1966년에 지어졌다는데, 얼핏 보면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와 아주 많이 흡사했다.

다리 이름은 1974년 독재자였던 살라자르(그전까진 살라자르 다리였다고!)를 무혈혁명으로 밀어내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이뤄낸 카네이션 혁명을 기념하는 의미로 재명 된 거라고 한다.


버스를 타고 조금 더 걸어 그곳에 도착하니 엘리베이터 고장이란다.

남편은 그 말에 겁을 먹고 나 혼자 다녀오라고 했고, 나 역시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갈 의지가 없어 조금 구경하다 내려왔다.

그들에겐 의미 있는 다리일지 몰라도, 내겐 그저 좋게 말해 여행의 한 점, 관광의 한 조각이라 쿨하게 넘겨버린 거다.


다리를 지나 테주강을 건너 저 멀리 리오데자네이루 예수상에서 영감을 받은 그리스도상이 세워져 있다.


슬슬 배가 고파진 우리는 시내 쪽으로 향했고, 남편이 발견한 태국음식점으로 향했다.

구글 평점이 비교적 높아 가게 된 곳이었는데, 맛은 웬만했지만 주인장께서 김치를 언급하며 상술을 펼치셔서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예전 같으면 필요 없는 건 단칼에 잘라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웬만하면 받아주는 편이 됐고, 그게 편하게 느껴지고 있어 장사하는 입장에서도, 손님 입장에서도 서로 기분 좋은 결과가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오랜만에 매콤한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져 우린 흔쾌한 맘으로 그곳을 나왔다.


비뚤어진 저 간판을 바로 해 주고 왔어야 했는데~ 아쉽다! ㅎ
젤로또 사진은 없고 이 사진만!ㅠ.ㅠ


점심을 먹었으니 다음 코스는 당연히 디저트였다.

우리가 어제부터 즐겼던 이탤리 젤라또 가게로 갔고, 맛있게 젤라또를 먹은 다음 우리가 향한 곳은 역시 무료 관람이 가능한 박물관이었다.

워낙 종류가 많았지만 그중 우린 포르투갈의 상징인 아줄레주를 본격적으로 구경할 수 있는 '국립 아줄레주 박물관'으로 행선지를 정했고, 시내에서 조금 많이 떨어져 있는 그곳을 향해 버스에 올랐다.


다 모이면 화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줄레주 장식이 각각 들어 있는 소박한 나무궤짝 모습.
이 세라믹 장식은 왜 여기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멋져 보여서 찍어봤다!


그곳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아기자기한 정원이 우릴 반겨줬다.

앙증맞은 정원을 지나 입구로 향한 우리는 거대하면서도 다양한 타일, 즉 아줄레주 장식에 눈과 마음을 홀딱 빼앗기기 시작했다.

볼 것도 많고, 주로는 푸른색 타일이 많지만 다양한 색감의 타일들에 수많은 서사가 새겨진 걸 구경하는 건 분명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단연코 포르투갈의 역사가 새겨진 맨 마지막층의 벽장식이었다.

타일로 이뤄진, 다소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이 벽장식은 원래 1755년 리스본 대지진 전 어느 백작의 궁전을 장식한 것이었다고 한다.

일일이 역사를 타일로 붙여 만든 그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구경을 마치고 아래로 내려오니 상큼한 정원이 돋보이는 카페가 있었다.

우린 그곳은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너무 많은 커피와 당분 섭취는 숙면을 방해하므로 참기로 했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을 때 우린 조금 으스스한 복장을 한 한 무리의 아이들을 보게 됐다.

그날은 할로윈데이라 할로윈 복장을 한 아이들이었다.

난 양해를 구하고 사진 한 장을 찍었고, 멋지다고 엄지척을 해줬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이미 어두워졌지만 더욱 활기차진 거리를 걸으며 많은 걸 눈과 가슴에 담은 우리를 대견해했다.

그러다 내일 신트라에 다녀올 경우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 트램 28번을 타보기로 했다.

우린 목적지 없이 그렇게 28번 트램에 올랐고, 다른 여행객들처럼 다소 흥분된 마음으로 어둠 속의 리스본을 감상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린 재미지만 실제 트램 사용이 필요한 현지인들에겐 이런 혼잡함이 정말 지겹겠는걸?'


그럼에도 우리에겐 풍족하면서 동시에 아쉽기만 한 리스본에서의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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