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듯 뻔하지 않은 영원한 테마
'애국'과 '정의구현'에 관한 드라마.
좁게는 날 낳아주신 부모님, 넓게는 날 품고 있는 내 나라에 관한 이야기만큼 감동적인 서사는 흔치 않을 것이다.
해서 우리는 애국과 효도에 관한 이야기에 천착하게 된다.
또한 그런 이유로 오늘날 '국뽕'이란 신조어가 힘을 받는 것일 게다.
사실 난 '국뽕'이란 단어의 조합 혹은 어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 좋은 취지에 '뽕'을 넣은 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거두절미하고 오늘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들의 영원한 테마이자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애국'과 '정의구현'에 관한 이야기다.
아니, 정확하게는 '애국'과 '정의구현'을 말하는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다.
우선 큰 녀석의 소개로 실로 오랜만에 사극을 시청하고 있는데, 여러분들께서도 많이 아실 '고려거란전쟁'이란 드라마가 그중 하나다.
이 드라마에는 각자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나온다.
이 드라마를 감상하면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옛것을 익혀 그걸 통해 새로운 걸 앎'이란 뜻인데, 우리네 삶에서 이 말처럼 통찰력 깊은 고사성어도 흔치 않을 거란 생각을 늘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우리보다 먼저 산 이들의 삶을 구닥다리 혹은 구식으로 폄하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려거란전쟁'이란 드라마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역시 강력한 '온고지신'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드라마를 시청하는 내내 현재 우리 정치의 현주소가 떠올랐다.
그들은 과연 뭘 위해 그렇게 이전투구하고 있는 것인지, 그들에게 과연 국민은 무슨 의미인지, 그들의 지향점은 무엇인지 두서없이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었음을 고백해야겠다.
동시에 자칭 애국의 첨봉에 선 그들에게 묻고 싶어졌다.
결론적으로 역사에 관한 드라마를 통해 뭔가를 얻고 깨닫지 못한다면 도대체 이런 드라마를 만들, 그리고 시청할 이유가 있을까 싶어졌다.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과거를 통해 우리에게 '온고지신'을 가르치고 있다면, 또 다른 드라마 '비질란테'는 현재란 배경을 통해 우리에게 따끔한 일침을 던져준다.
정의를 구현하다고 했을 때 과연 그 정의는 누구를 위한 정의여야 하는지, 공동선과 도덕적 가치의 본질 사이에 괴리감이 있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합리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등을 이 드라마는 묻고 답하고 있다.
모처럼 무게감 있는 두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울컥했던 순간이 많았다.
'애국'과 '정의구현'은 절대 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달으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던 순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