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노마드 Dec 31. 2023

버리는 연습

절제의 미학 말고 미덕

내 나이쯤 되면 이제부턴 뭘 곁에 쌓아두려 하지 말고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한때 모자람 없이 뭐든 쟁여두는 걸 선호했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그리 하는 걸 보고 자라서인지 기본적인 식자재부터 일용하는 물품을 재놓곤 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미 있는 것들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됐고 그 후부턴 사재기를 멈췄다.

일단은 내가 좋아하던 의류, 신발, 액세서리 사는 걸 멈췄다.

그리고 늘 쌓아놓고 있던 샴푸, 콘디셔너, 바디워시 같은 일용품도 한 두 개가 남을 때 정도 새로 구입하곤 한다.

아무래도 똑 떨어지고 나서 구입하는 건 불안해서 아직 그 단계(?)까진 가지 못하겠다.


갑자기 이렇게 버리는 걸 이야기하는 이유는 올해도 여기 시간으론 만 하루 남짓 남아서다.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마음도 정리할 겸 다양한 버리기에 대한 소견을 밝히며 결심을 다지고 싶어서다.


말이 나온 김에 올해엔 크리스마스 선물도 큰 박스에 든 것은 포장을 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했다.

다미안과 다미안 친구를 위한 선물은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정성스럽게 포장을 했지만 말이다.

왜냐면 물가가 높아져 포장지도 비싸졌고 , 무엇보다 포장지는 그대로 다 쓰레기가 되기 때문에 그랬다.

물론 나 같은 경우엔 멀쩡해 보이는 포장지는 버리지 않고 뒀다가 작은 사이즈를 포장할 때 재활용하곤 한다.

그럼에도 포장지와 스카치테잎으로 한껏 포장된 선물꾸러미가 갈기갈기 찢겨나가도 문제고, 어쨌든 낭비라는 생각이 짙어서 그랬다.


그리고 40대 중반 혹은 후반(기억이 가물가물하다)부터 하던 머리염색도 작년부터는 하지 않고 그냥 지낸다.

일단 머리염색하는 과정도 귀찮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걸 알고 나선 더욱 하고 싶지 않아져서다.

되도록이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싶어서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외출 시 화장은 하고 있다.

그건 일종의 예의라고 생각해서다. 

나 자신 화사한 모습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하는 남편에 대한 예의 또는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 그쯤으로 여겨서.

이런 건 버리기라기보다 덜어내기라고 해야 맞으려나?


이렇게 하나하나씩 버리거나 덜어내는 연습을 하니까 마음이 조금씩 홀가분해짐을 느낀다.

이제 겨우 연습 단계지만 앞으로 조금씩 더 넓혀나갈까 한다.

예를 들어 내년에는 타인에 대한 기대나 세상에 대한 한탄이나 나 자신에 대한 불만족을 많이 덜어내고 싶다.

만사를 좀 더 절제하면서 내 본연에 더 가까워지고 싶다.

그렇게 절제의 미덕을 이루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고) 이선균 씨 죽음을 접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