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노마드 Jan 13. 2024

오래전 베를린 여행 2

버스 타고 본격적인 베를린 관광에 나서 '유태인 박물관' 관람

다음날 남편은 아침 일찍 일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남편이 해외 출장을 가면 대개는 밤늦게 출근해 새벽까지 일을 하고 돌아오는 '나이트 쉬프트'가 되곤 한다.

해서 남편은 새벽에 돌아와 잠시 눈을 붙이고 낮 1시쯤 기상해 나와 여행을 하곤 했다.

난 혼자 호텔조식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먹을 요구르트를 챙겨 오곤 했다.


그날 우린 본격적으로 베를린을 둘러보기 위해 시내를 도는 관광버스를 타기로 했다.

당시 1인당 15유로를 지불한 그 버스는 당연히 '홉 온 홉 오프'가 자유로웠고, 제일 먼저 우리가 도착한 곳은 

'유태인 박물관'이었다.


베를린 장벽을 버스로 지나가며 급하게 찍어봤다.


본격적인 박물관 순회에 앞서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은 바로 '기억 지우기'라고 명명 지워진 공간이었는데, 쇠로 만들어진 얼굴형상이 여러 개 깔려있고, 제목과는 다르게 그들을 기억하며 걷도록 제안되어 있었다.  

무고하게 생명을 빼앗긴 그들을 기억하며 영혼을 기리라는 의미로 반어적 표현을 사용한 것 같았는데, 일 순간 마음이 싸해지던 기억이 새롭다.


그곳을 벗어나 이층을 지나, 삼층으로 올라가니 전시가 쭉 이어지고 있었고, 봐도 봐도 끝이 없을 만큼 다양한 여러 종류의 유태인의 역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명한 유태인 출신의 과학자, 음악가부터 이름도 모르는 법률가, 의사, 은행가, 교수 등 제한된 유태인 직업군에서 가장 많이 종사했던 사람들의 사진, 그들의 업적들이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었

다.  

그들 중에는 지난번 암스테르담에서 방문했던 '안나 프랭크의 집'의 주인공인 안나 프랭크도 있었고, 작곡가 멘델스존부터 아인슈타인까지 여러 유명인들 이름도 보였다.


그 전시장 앞에는 유태인인 듯 과거의 슬픈 역사 앞에서 엄숙한 모습을 보이는 노인분들도 꽤 눈에 자주 뜨였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일제강점기를 보내셨던 우리나라 어르신들 또한 우리의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면서 저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역사의 무고한 희생자라는 같은 경험을 지녔던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더욱 숙연해졌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고, 편견을 갖고 있는, 또한 지독함의 대명사처럼 되어있는 유태인이란 민족에 대해서 시간 나면 좀 더 자세히 공부를 해 봐야겠다~란 결심을 굳히며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뚜렷하다.



다시 투어버스에 올라 베를린 시내 곳곳에 위치한 유명 관광명소를 조금 더 돌아보다가 종점인 '카이저 빌헬름 교회'로 돌아왔다.  

일단은 버스로 눈도장을 찍고 마음에 드는 몇 곳은 자차로 다음날 다시 오기로 결정하고 말이다.  

버스에서 내려 번화가를 걷다 보니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또 전날에 이어 백화점 '카데베'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됐다.

그전에 내가 우연히 발견해 읽게 된 책에 의하면 그곳은 그냥 멋있기만 한 곳이 아니고, 베를린에서도 알아주는 미식가들의 천국이란 사실을 새롭게 알게 돼 더욱 관심이 고조되었다.  



그날 남편과 나는 독일식 음식을 맛보기로 하고는 생선과 감자를 주문해서 먹었다.  

각자 다른 종류의 생선을 주문하고는 서로 맛을 봤고 맥주 한 병, 물 한 병도 함께 주문했다.  

직접 요리를 눈앞에서 만들어주는 오픈키친이었는데 당연히 훨씬 위생적으로 보였고, 맛 또한 아주 훌륭했다. 독일요리에 잘 쓰인다는 크림의 풍부한 맛, 그 유명한 뜨거운 감자요리, 또 차가운 절인 생선 맛이 묘한 하모니를 만들면서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전날처럼 빵을 사가지고 일단 호텔로 돌아왔다 우린 밤의 베를린 광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다시 외출했다. 

카이저 빌헬름 교회의 밤의 야경을 꼭 봐줘야 한다(?)는 남편의 간곡한 권유 때문에 시작한 밤의 외출이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밤의 베를린의 모습을 흥미롭게 구경하며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정말 피곤에 눈이 안 뜨여질 정도가 되어서야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작가의 이전글 오래전 베를린 여행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