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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Jan 17. 2024

오래전 베를린 여행 3

베를린 시내 관광

다음 날 남편은 전날보다 좀 일찍 돌아오긴 했지만 낮시간에 몬트리올에서 돌아온 독일 매니저를 만나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 한아름이었다.  

늘 그렇게 노심초사하는 성격을 지닌 남편을 난 달래면서 되는대로, 편한 마음으로 구경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남편은 전날처럼 돌아와 잠을 좀 자고 난 후 그날은 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니면서 구경하자고 제의했다.


그런데 사실 그날 새벽에 돌아온 남편이 내게 볼멘 목소리로 의기소침한 얘길 먼저 꺼냈었다.   

일을 마치고 주차장에 나와보니 자동차 휠커버가 다 없어져버렸다고.  

"에고나!~  어째 이런 일이~"

남편도, 나도 정확하고, 뭐든  어설퍼 보이는 게 없는 듯 단단하고 강인해 보이던 이미지 정말 좋았던 독일이

이 한 방의 도난사건으로 크게 이미지 먹칠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고, 사실 세계 어느 곳이나 있는 게 도둑이고, 택시까지 벤츠인 독일에서 벤츠의 휠커버를 훔쳐가는 도둑도 있다는 게 조금은 재미난 일이고, 아이러닉 한 일 같아 끝내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물론 얼마동안 남편은 기회 있을 때마다 그 일을 상기하면서 열을 받았고, 내가 이젠 그만 좀 잊어버리고 털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자기는 내일은 잊어버리겠지만 그날 하루만큼은 종일 그 얘길 하면서 마음에서 깨끗이 지워버려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게 바로 자기식, 자기 아버지 식(?)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면서. 


그렇게 시작은 좀 그랬지만 아무튼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갔고, 전날 보긴 봤되 제대로는 별로 본 게 없던 곳 중한 곳인 베를린의 명소 중 명소 '브란덴 브루크의 문’이란 곳을 먼저 방문했다. 


유태인들을 학살한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고자 만들어 놓은 광장


이 문은 1791년 만들어진 것이라는데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의 성문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승리의 여신이 네 마리의 말을 몰고 가는 사륜마차의 형상인데, 나폴레옹은 1806년 이 사륜마차를 승리의 기념으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가져가 베를린 시민들을 굴욕스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독일은 세계 2차 대전 때 여러 곳이 파괴되고 손상되었었고, 그중 이 문도 예외가 아니어서 심하게 손상되었지만 1958년에 다시 복원했다고.  

그렇게 이곳은 베를린의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Gendarmenmarkt’라는 곳으로 오늘날 콘서트홀로 쓰이고 있는 ‘샤우스필하우스’란 극장과 양쪽으로 세워져 있는 독일 돔, 프랑스 돔이 있는 광이고, 샤우스필하우스 앞에 독일의 유명한 시인 ‘쉴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동안 베를린의 이모저모를 구경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느껴지는 건 바로 베를린 건축들의 다양한 양식과 멋스러움이었다.  뛰어난 조형미는 물론 똑같은 건물은 거의 없이 묘하게 고전 양식과 현대 건축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후에 독일에 사는 친구한테 내 느낀 바를 털어놓았더니 그래서 독일 중에서도 베를린은 건축 공부하러 유학 오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는 이야길 전해줬다.


그런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바로 다음으로 가본 ‘국회의사당’과 그 주변 건물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드넓은 대지와 우뚝 솟은 국회의사당의 건물과 그 뒤의 돔, 그리고 바로 옆 숲길의 산책로까지 모두 하나의 거대한 하모니를 이루며 대지의 미술을 뽐내고 있었다.  


국회의사당 전경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베를린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소니센터’와 ‘포츠담 광장’이었다.

돔으로 장식된 소니센터도 멋졌지만, 그 앞에 전시되어 있는 레고로 만든 ‘기린’도 인상적이었다. 

그 주변에는 또 유명한 ‘필하모니’와 뮤지엄들이 꽤 보였고, 유럽의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멋진 교회의 모습도 어김없이 보였다.  

유명 화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뮤지엄은 그날 시간이 안 되는 관계로 다음 날 다시 와서 보기로 하곤 그

냥 발길을 돌렸다.



남편이 미팅을 해야 하는 관계로 남편이 일하는 곳 가까운 카페에서 난 책을 읽으며 기다리기로 했다.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주문한 프렌치어니언숲을 먹으며, 커피를 마시며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참으로 행복한 경험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새롭다.

게다가 흘러나오는 음악까지 내가 아주 좋아하던 팝이어서 흡사 나만을 위한 공간, 시간인 듯한 착각에 빠지기까지 했던 기억까지 무한히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남편이 돌아온 후 우리는 호텔에 차를 주차하곤 역시 도착날부터 빠짐없이 가서 이른 저녁을 먹는 ‘카도베’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날 난 약간 배가 불러서 남편만 이탤리 파스타를 시켜 먹었고, 자리를 옮겨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해산물 파트로 가서는 난 독일 굴을 시켜 먹었다.  

우리의 석굴처럼 크지도 않은 것이 7개에 13유로였으니까 좀 비싼 셈이지만 그래도 맛은 참 좋았다. 


다음 날 먹을 빵을 비롯 치즈, 과일 등 장을 좀 봐서 호텔로 돌아오면서 이렇게만 살면 과연 행복할까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해 봤다.  

아무 걱정이 없다면 이런 생활도 꽤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역시 집에 아이 둘을 두고 와서인지 맘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는데, 순간 이게 바로 못 말리는 한국엄마들의 고질병이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자책하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애써 아이들 걱정을 떨쳐버리려는 걸로 하루를 마감했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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