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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Jan 21. 2024

오래전 베를린 여행 4

뮤지엄 방문기

전날 시간 관계상 보지 못한 뮤지엄을 다음 날 눈뜨자마자 서둘러 준비해서 찾아 나섰다.  

전날 답사를 마쳤기에 위치, 주차할 곳 정확히 다 알아 기동성 있게 착착 진행할 수 있었고, 외투와 소지품을 맡긴 후 오디오 가이드(신분증 하나 맡겨놓고 무료)를 귀에 꽂고 13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 유럽의 가장 중요한 작품들을 소장한 곳 중 하나라는 '게말데갤러리'(Gemaldegalerie)로 향했다.




여기는 플래시 없이 사진을 찍도록 허용하는 곳이라 보는 것마다 사진 찍을 것 천지인 데다, 워낙 넓고 커서 일일이 다 보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드는 관계로 갤러리 측에서 제안하는 주요 작품 20개를 중점으로 미술 감상을 시작하기로 맘먹었다.  

독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등 유럽의 유명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특히 렘브란트의 작품들이 꽤 많이 보였고, 그 유명한 보티첼리의 '비너스'가 아주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유럽의 미술을 감상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만약 기독교가 없었더라면 유럽의 문화는 지금처럼 그렇게 화려함을 간직하지 못했을 것 같고, 훨씬 많이 빈약하지 않았을까 싶단 생각이 또 스쳤다.  

이곳도 어김없이 십자가와 예수님의 수난에 관련된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나 같은 기독교신자(당시)도 오래도록 비슷한 그림들을 감상하다 보면 슬슬 지겨워지는 게 솔직한 심정인데 비신자들은 어떨까 그 마음이 조금은 짐작이 됐다.


그렇게 그곳에서 두어 시간을 보낸 후 우리들은 '베를리너 돔'으로 향했는데 드넓은 광장에 시원한 분수대가 있고, 멋진 보테로의 조각 작품들까지 전시되어 있는 데다 바로 그곳이 또 베를린의 유명 박물관 중 하나인 '이집트 박물관'이 있는 곳이 아닌가?  

주차할 곳이 없어 한 바퀴 돌다 보니 바로 돔 앞에 턱허니 자리 하나가 우릴 기다리고 있어 횡재하는 기분으로 주차한 다음 먼저 '베를리너 돔' 안으로 들어갔다.

이 돔은 겉의 화려한 바로크식 외양으로도 유명하지만 지하에 모셔놓은 독일의 유명 왕족들의 시신납골당도 유명한 곳이었다.  


다음으로 바로 옆에 있는 '이집트 박물관'을 방문했는데 입구에서부터 이 박물관의 최대 자랑거리인 가장 잘생긴 이집트 여인의 대명사 '네페르티티 여왕'의 사진이 여기저기 걸려있는 게 눈에 띄었다.  

거기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고, 돔 안에도 역시 촘촘히 신화 속 인물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이곳은 이집트의 여러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기도 했지만, 특히나 유명한 파피루스들이 아주 많이 보관되어 있었다.  

이집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미라도 많이 보였고, 여러 조각품, 도자기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 마디로 이름 그대로 이집트 문명의 다양한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구경을 마치고 주차된 차 안으로 들어오니 그제야 밀렸던 피곤감이 엄습하고 몸이 노곤해지면서 슬슬 배가 고파져오기 시작했다.

우린 주저 없이 호텔에 차를 주차한 후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그곳, 카데베백화점으로 냉큼 달렸다. 


'오늘은 뭘 먹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염탐 좀 하다 몸에 좋은 해산물을 저녁식사로 결정하곤 자리를 잡았다.  

늘 그렇듯 우리가 보는 바로 앞에서 요리를 쓱쓱 준비하는 걸 지켜보면서, 입안에 잔뜩 고이는 침을 삼키며 기대감에 가득 차 기다리다가 드디어 우리 앞에 놓인 음식을 보곤 우리는 서로에게 묘한 눈빛을 던졌다. 

세상에 존재하는 행복감 중 으뜸인 행복, 바로 이렇게 맛난 요리를 먹는 것이 행복은 물론 여행하는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걸 서로 교환하는 그런 눈빛을 교환한 후 우린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에 임했고, 서로의 요리도 맛보면서 피곤했지만 행복했던 하루를 근사하게 마감했다.


이건 독일에 사는 베프가 내 생일을 축하하며 호텔로 보내준 선물과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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