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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Jan 24. 2024

오래전 베를린 여행 5

밤의 베를린

오래 전 우리나라처럼 그림으로 그린 극장 간판 모습.


오늘은 본격적으로 베를린을 둘러본 다섯 번째 얘기를 할 차례지만, 그동안 조금 무리했던 남편이 피곤에 지친 모습을 보이기에 다음 날에는 그냥 하루 푹 쉬자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려 한다.  

그 얘긴 다시 말해 그날은 별 관광다운 관광은 못 했단 말인데, 또 그날따라  다른 날과 달리 남편이 조금 일찍 출근(저녁 4시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도 다른 날에 비해 많이 모자랐다.  

보통 일터에서 돌아오면 새벽 네, 다섯 시 정도인데 그때부터 잠깐 눈을 붙이고 일찍 일어나더라도 보통은 12시나 되어서야 호텔을 나설 수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관광을 즐길 시간이 부족했던 것!


그런 이유로 그날은 호텔에서 계속 죽치다가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늘 가는 카데베 백화점으로 향했고, 남편은 출근하고 나는 호텔로 돌아와 조금 쉬다가 혼자서 용감하게 밤의 베를린을 탐험(?)하러 나섰다.  

그간 밤의 거리를 본 기억은 거의 없었기에 밤의 도심 속 베를린의 모습이 사실 많이 궁금했던 터라 혼자서라도 길을 나섰던 것.  

옷 든든히 껴입고, 디카 충천 확실히 한 후 지도 하나 들고 즉시 거리로 나섰다.



호텔 주변이 바로 도심 중의 도심이라 훤하게 불 켜진 상가들이 내뿜는 자본주의의 열기, 거기에 뭔가 흥분되고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한 젊은 베를리너들(밤에 특히 청소년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뜨였다.)의 눈빛과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 짝지어 몰려다니는 모습,  그리고 나처럼 홀로 관광객부터 꼭 손 붙들고 여행하는 나이 지긋한 부부나, 젊은 연인들, 그리고 가족 여행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세상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거리에는 우리나라에서처럼(내가 사는 몬트리올에서는 밤의 도심에서 그렇게 훤하게 불 밝히고 장사하는 건 본 기억이 없는데) 노점상들이 옷, 액세서리, 생필품, 장식품에서부터 먹는 음식, 하다 못해 가판대 맥주 시음장까지 별별 것을 다 팔고 있었다.  

길을 걷다 군밤을 발견한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그걸 사 먹으며 밤의 열기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이런저런 구경에 빠져있다 잠시 후 출출해진 나는 다시 카데베로 가서 혼자 맛난 케이크를 사가지고 맨 꼭대기층으로 올라가 커피 한 잔과 함께 디저트를 먹은 다음 그곳을 나와 다른 백화점에서 윈도쇼핑도 좀 하고(유로도 비싸고, 물가가 장난 아니게 비싸서 뭘 살 엄두는 정말 못 내겠지만, 그 와중에 50% 세일하는 스웨터 두 개와 역시 35% 세일하는 구두 한 켤레는 득템 했다!) 돌아다니다 보니 구경도 점점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호텔로 돌아와 느긋하게 음악을 틀어놓고 전신욕을 즐기다가 또 문득 아이들과 동생이 생각나 전화했더니, 동생은 반갑게 받는데 반해 큰 아들 녀석은 역시나 대로 무심하게 이런 반응!

"엄마!  재미있어요?  나 지금 뭐 하니까 별말씀 없으시면 이만 끊어요.  네?"

둘째는 프로젝트 친구들과 준비하느라 아직 안 들어왔다고 하면서 건네준 말이었다.


통화를 마치고 목욕을 마친 후 난 곧 잠에 빠져들었을 터이고, 얼마 후 남편이 돌아온 인기척을 느낄 때까지 그렇게 꿈나라를 헤맸을 것이다.


이게 그 유명한 길거리표 소세지 '커리워스트'라는 건데 케찹에 커리가루에, 거기다 조그만 바케트까지 맛있었다!
카데베 백화점 백주년 기념 공연 중인 여자 삼인조 악단
뮤지컬을 선전하느라 직접 사람들이 쇼윈도에 들어가 퍼모먼스를 여는데 가운데는 어여쁜 남자다!
그날 저녁으로 먹은 태국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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