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노마드 Jan 27. 2024

오래전 베를린 여행 6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샬로텐부르그성'

다음 날인 토요일, 전날 구경을 못했다고 남편은 내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는지(전혀 그럴 필욘 없었지만) 다른 날보단 일찍 서두르는 기색이 완연했다.


그날은 빡빡한 일정을 피하고 그냥 멋진 성이나 구경하면서 하루를 유유자적하자고 일찌감치 합의를 봤었다. 사실 외국에 나가게 되면 대개는 서두르면서 수박 겉핥기식 구경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게 사실.  

느림의 미학이란 걸 아예 통째로 잊어버리기도 하고, 또 애써 외면하며 주로는 그렇게 된다.  

하지만 마음 바빠하며 질보다는 양으로 밀어붙이는 관광을 하다가도 심신 모두를 위해 가끔은 늦춰줄 필요가 있다. 

그날이 바로 그런 '쉼'이 필요한 날이었다.


우리는 느긋하게 '샬로텐부르그성'을 구경했고, 어차피 사진도 찍지 못하게 해서 디카, 겉옷, 가방 다 락커에 맡기고 오디오 가이드만 지참한 채 천천히 성을 둘러보았다.



이 성은 프리드리히왕이 아내 소피 샬롯테를 위해 지은 여름 별장이라고 되어 있는데, 2차 세계 대전 후 많이 손상되어서 복원했다고 했다.  

많은 방들이 인상적이었지만 특히나 중국도자기로 가득 채워진 '도자기 방'이 인상적이었는데, 그곳에 있는 도자기의 개수가 무려 2,700 개가 넘는다고 했다.

그밖에 '골든 갤러리'라고 불리는 '새날개' 건물 안에 있는 화랑이 멋졌는데, 화려함이 극치에 다다랐다고 여겨질 만큼이었다. 



성의 바로 뒤에는 드넓은 정원이 있었고, 17세기말에 디자인된 영국식 정원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좀 안 쪽으로 들어가면 '벨베데르'라는 도자기 전시하는 곳과 '마우솔레움'이라는 프리드리히 왕과 왕비의 큰 묘를 모신 음침한 곳이 있었다.  

그곳에는 경비를 서고 있는 단 한 명의 아저씨가 있었는데, 그분이 잠깐 화장실에 갔는지 '10분 후에 돌아오겠음'이란 쪽지를 문 앞에 붙여놔서 우리는 조금 기다렸다 들어가야 했다.


사실인즉, 들어가 구경한 시간보다 기다린 시간이 더 길었는데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을씨년스럽고 거길 혼자 지키고 있는 그 아저씨가 대단해 보였다.  

아무도 없을 땐 어두컴컴한 곳에서 혼자만 묘를 지키고 있는 셈인데 어째 그게 가능할까?  존경스러워지기까지~  

우린 그곳을 서둘러 휙 둘러보고 바로 나왔버렸다.


비까지 살살 뿌리고 있어 한기가 느껴졌고 오랫동안을 서서 구경만 했더니 배까지 고파와서 따끈따끈한 곳과 맛있는 음식이 그리워졌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늘 가는 '카데베' 백화점으로 향했고, 그날은 중국 북경오리를 먹어보기로 하곤 중국 식당에 자리 잡고 앉았다.

맛있게 식사를 마친 뒤에는 다음 날이 처음으로 남편이 일하지 않는 일요일이라 백화점 윈도쇼핑을 좀 하기로 했다.  

그리고 배가 꺼진 뒤 맨 꼭대기 층으로 가서 케이크와 커피로 입가심까지 하며 간을 보내다 늘 구입하는 아침식사용 빵과 치즈, 물, 요구르트, 주스 등을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작가의 이전글 오래전 베를린 여행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