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과업 1-11 이번 생 마지막 과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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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노마드
Sep 19. 2024
동수는 그 시간 여관에서 다방 레지에게 수작질 중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말이야. 서울에 번듯한 사업체도 있다니까. 너 서울 가고 싶지 않아?”
“아무리 오빠가 그렇게 말해도 난 오빠 못 믿어!”
“내가 뭘 보여줘야 믿겠니? 이 사나이 마음을! 이리 와 보라니까.”
“아이 왜 그래? 커피나 마셔! 내가 무슨 몸 파는 여자도 아니고!”
“선수끼리 왜 이래? 니네가 몸 팔지 않으면 누가 파는데? 사람 취급 좀 해 줬더니 이게 어딜 기어오르려고. 좋은 말로 할 때 이리 와! 어서!”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는 동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묘하게 빛났다.
그녀 또한 절대 만만한 여자는 아닌 게 분명했다.
“오빠! 그럼 나하고 약속 하나 해!”
“뭔데?”
“당장 마담 언니한테 빚 갚아줘! 나 깔린 게 좀 있거든.”
“얼마나 되는데?”
“한 오십?”
“뭐 오십? 이 년이 누굴 호구로 보나! 너 같은 거한테 오십 줄 돈 있음 차라리 내가 그걸 가지고”
그때 문이 확 열리며 기남이 들어섰다.
그 뒤로 여관 사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놀란 동수가 버벅거렸다.
“니가 어... 어떻게 여길!”
“형사라문시 대뜸 이름 대부리는디 어쩔 수가 없었당께!”
기남이 동수 앞으로 다가왔고, 동수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견제했다.
얼마 전 그에게 당한 적이 있던 동수는 분명 그때의 그 아픔을 기억하고 있었다.
“일어나! 그리고 옷 챙겨 입어! 어서!”
아들뻘 되는 사나이 앞에서 마치 고양이 앞 쥐새끼처럼 쪼그라든 그를 보고 다방 레지가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어머! 아까 큰소리치던 그 남자 어디 간 거지?”
여자의 모욕에도 동수의 눈빛에선 두려움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는 기남 말대로 즉시 옷을 챙겨 입으려 했다.
하지만 뜻대로 몸이 말을 듣지 않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남과 동수는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원래 기남은 동수를 발견하는 즉시 그를 죽여버려야겠다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마음을 바꿨다.
이런 버러지 같은 인간으로 손에 피를 묻힐 순 없었다.
해서 그는 동수를 직접 유 형사 손에 넘기기로 맘먹고 그를 그에게 데려가는 중이었다.
“나 뭐 하나만 묻자?”
조용히 있던 동수가 기남에게 대들 듯 말했다.
“...”
“너 도대체 윤인희랑 무슨 관계냐?”
“...”
“아무리 생각해도 둘 사이 이해가 안 가!”
“...”
“지 자식도 아닌데 자식 놈처럼 챙기는 년이 있질 않나? 지 에미도 아닌데”
“입 닥쳐라!”
“아니 그렇잖아? 너 살기도 바쁠 텐데 그년을 왜 네 집으로 데려가냐고? 둘이 정말 그렇고 그런”
“닥치지 않으면 너 정말 내 손에 죽는다!”
“이해가 안 가서 그래! 아무리 머릴 굴려봐도”
“너 같은 쓰레기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으니까 그냥 입 쳐 닥치고 조용히 가자.”
“너희들 정말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었어?”
“이 새끼가 정말!”
기남이 주먹을 불끈 쥐고 그를 향해 내리치려다 겨우 참았다.
‘이런 쓰레기 상대해 봤자지!’
그때 동수가 기어이 매를 버는 한마디를 내던지고야 말았다.
“그년이 나랑 싸울 때 뭐랬는 줄 알아?”
“...”
“니 말 들었어야 했다고. 나랑 결혼하면 너나 그년이나 인생 조진다고 했다며? 병신 같은 년! 그때 니 말 들을 것이지! 크.”
“...”
“아 참, 그년이 뒤지기 전에 이 말도 했다! 널 정식 아들로 입양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나랑 빨리 이혼하고 혼인신고 했으면 될 걸 뭔 개소린지!”
기남은 그 말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그를 향해 주먹을 날리려다 멈칫하더니 대신 자기 능력을 썼다.
그 결과 동수는 입에서 피를 내뿜으며 쓰러졌다.
아까부터 옆좌석에서 둘을 힐끔거리던 여자가 그 광경을 보고 놀라움에 입을 틀어막으며 터져 나오려는 소릴 죽였다.
***
며칠 후 기남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당연히 기소될 줄 알았던 동수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는 거였다.
다시 말해 동수가 인희를 죽였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법에 심판할 기회를 넘겼던 기남은 후회했다.
경찰들이 무고한 한 여자가 생명을 잃었음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에 기남은 분노했다.
그리고 그렇게 내려진 결론에 기남은 절망했다.
상황적으로야 인희와 동수는 싸움이 잦았고 그걸 증언해 줄 이웃은 있었지만 정작 동수가 인희를 죽였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기에 그들은 동수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너도 알다시피 법이라는 게 원래 그렇잖아. 증거불충분 불기소처분이 워낙 많고”
“아무리 그래도 그 인간이 내 앞에서 모든 걸 다 밝혔는데 어떻게?”
“니 앞에서 말한 게 무슨 소용이야? 너도 알잖아?”
박흥식은 안타까워하며 기남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이럴 순 없어! 형 좀 어떻게 좀 해 봐! 이렇게 불쌍한 엄마를 보낼 순 없다고!”
“그래! 나도 니 맘 잘 알아! 그런데 그게”
“정 법이 해 주지 못하면 내가 해결할 수밖에!”
“기남아! 그게 무슨 말이야? 넌 법대생이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아니! 이제 더는 그들 손에 안 맡길 거야!”
기남은 결심했다. 이제 그들에게 이 문제를 맡길 순 없다고.
기남은 스스로 동수를 단죄하기로 맘먹었다.
기남은 이후 계속 기회를 엿봤다.
동수 가게 근처에서 잠복하며 동수의 동선을 파악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그는 퇴근하는 동수 뒤를 따랐다.
그는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한 선술집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여기 소주 한 병하고 오뎅국 하나!”
동수가 자리에 앉자 기남은 푹 눌러쓴 모자를 더욱 누른 후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릴 잡고 앉았다.
잠시 후 한 남자가 들어와 동수 앞에 앉았다.
“어떻게 됐어? 좀 알아봤어?”
“응. 그게 말이야.”
둘이 목소리를 낮추며 뭔가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남은 귀를 최대한 그들 쪽으로 기울였지만,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기남은 마음을 다해 그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 그들이 하는 말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러니까 보험회사 측에서 이런저런 조사를 다 한 후에야 보험금을 준다 그 얘기지?”
“응. 워낙 보험사기가 많아서 점점 조사 기간도 길어지고 또 그 뭐라더라? 응. 그래. 사기 예방 시스 뭐 그런 거가 있다나 뭐라나.”
“뭘 그렇게 복잡하게 얘기해? 그러니까 보험금 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거란 거잖아?”
“그렇지! 결론은 그거지.”
“씨 X! 내가 이러려고... 니미럴!”
기남은 동수가 인희를 죽인 이유가 단순히 의부증 때문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는 보험금을 타 먹기 위해 한 생명을 해친 거였다.
순간적인 감정도 아니었고, 그의 살인은 계획된 거였다.
아마도 그는 인희를 만나는 순간부터 그걸 계획했는지도 몰랐다.
‘애초부터 모든 게 다 계획된 거라면?’
기남은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당장 그에게 달려가 모가지를 비틀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하수나 하는 짓이었다.
어차피 모든 걸 알게 된 이상 기남은 그를 철저히 응징하기로 맘먹었다.
그의 악마성을 뛰어넘는 최강악당으로 그를 완전히 부숴버리겠다고 결심했다.
***
그에게 무자비한 고통을 건네 그를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기남의 첫 계획은 결국 실행되지 못했다.
이유는 그의 휴머니스트적인 면모가 또다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동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야겠다고 맘먹었다.
이미 인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그게 자신을 많이 괴롭히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동수와 같은 짐승이 되어선 안 된다고 거듭 마음을 다잡았다.
어느 날 퇴근하던 동수를 납치한 기남은 그를 근처 재개발 지역으로 끌고 갔다.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
“...”
겁에 질린 동수가 결박된 손을 앞으로 모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차 안에서 말했듯이 원래 오늘이 네 생의 마지막 날이 될 뻔했어.”
“아! 고맙다! 기남아! 정말 고맙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어.”
“어? 그래. 뭐든 말해. 뭐든 다 할 테니까!”
“그 말 진심이겠지?”
“물론이지! 목숨을 살려준다는데 못 할 게 뭐가 있겠어!”
“좋아! 그럼 내일 당장 경찰서로 가 네 범죄사실을 모두 자백해. 살인과 보험사기 모두 다!”
“어? 그걸 어떻게? 그런데 그렇게 되면...”
“넌 어차피 두 가지 선택밖에 없어. 여기서 내 손에 죽는다! 아니면 법의 심판을 받는다!”
“하지만 자수하게 되면”
“참작이 되겠지. 죗값을 치르긴 하겠지만.”
“아! 그렇게 되면 살아도 산 게”
“선택해! 둘 중 하나!”
“아, 알았어! 그래 그럴게. 내일 아침 일찍 경찰서로 가서 자수할게. 됐지?”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지! 정말 내일 아침 일찍”
기남은 그의 속마음을 확인하기로 했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썼다.
잠시 후 동수의 입에서 엉뚱한 말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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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회귀의 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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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과업 1-10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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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회귀 1- 빌런으로 돌아온 기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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