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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Oct 29. 2024

두 번째 회귀 22- 사탄의 무리 1

연주가 연루된 곳은 예수교 만국감리회라는 교단이었다.

그곳은 정명식이라는 인물이 교주로, 대학생들을 주로 포교 대상으로 삼아 성장해 온 교회였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어. 그곳 말이야.”

“...”

“교주라는 인간이 교회 이름도 여러 번 바꾸고 운동권 학생들을 표적으로 한 증거들이 꽤 돼.”

“왜 운동권 학생들을 표적으로 한 거지?”

“글세... 아무래도 운동하는 애들이 겉으론 센 척하지만, 심리적으로 불안하잖아. 그걸 노린 거 같아.”
 “그럼 혹시 지우 아빠 박재국과 연관된 거 아닐까?”     


박흥식이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     


“나 역시 그런 감이 와서 좀 알아봤지. 처음엔 아는 언니를 통해 들어가게 됐다는 데 아는 언니라는 애도 박재국을 통해 만난 거 같아.”     


기남은 좀 더 상세하게 상황을 알고 싶었다.     


“일단 그 교회에서 연주가 하는 일이 뭔데?”     


박흥식과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남은 마음이 무거웠다.

박흥식 말에 의하면 지우와 잘 지내고 있는 연주를 다시 불러낸 건 역시 박재국이었다.

그는 지우를 빌미로 연주에게 교회에 깊이 관여해 포교에 앞장서는 건 물론 교주의 최측근으로 활동하게 요구했다.

혹시 지우에게 해코지를 할까 우려스러웠던 연주는 다시 박재국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며칠 후 기남은 연주를 만나러 교회로 향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 오연주 이름을 대니 교인들의 눈빛이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기남을 경계하며 그와 말을 섞길 거부했다.

기남은 곧장 교회 행정실을 찾았다.     


“저, 뭐 좀 알아보러 들렀습니다. 혹시 이곳에 오연주라는 교인”     


그곳의 책임자인 듯 보이는 사람이 기남 곁으로 다가오더니 기남의 말을 자르며 무심한 듯 말했다.     


“글세요. 여기 교인이 워낙 많아 그렇게 흔한 이름으로는 알 수가... 잠깐만요. 민혜선 씨! 혹시 오연주라는 이름 들어본 적 있어요?”     


저쪽 책상에서 뭔가를 하던 민혜선이라는 여자가 기남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얼버무렸다.     


“아뇨! 저도 못 들어봤는데요.”     


기남은 그녀의 태도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감 잡았다.

해서 그들이 굳이 오연주를 모른다고 할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하곤 거길 빠져나왔다.

그전에 기남 역시 무심한 듯 내뱉었다.     


“여긴 교인 장부 같은 게 아예 없나 보죠?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걸 보면.”     


순간 당황해하는 그들을 두고 기남은 발길을 돌렸다.

밖으로 나온 기남은 아무래도 박흥식의 도움을 더 받아야 할 듯해 근처 공중전화를 찾았다.     


***     


박흥식의 도움으로 기남은 그들의 아지트인 은산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해 박흥식이 알려준 대로 교주 정명식과 박재국을 연결하는 박재국 똘마니 신분으로 위장하고 정명식을 찾았다.

박재국 이름을 대자 그들은 곧바로 정명식이 있는 곳으로 기남을 안내했다.

정명식은 음습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었다.

기남을 보자마자 호탕한 웃음과 함께 누런 이를 드러내며 기남 곁으로 다가왔다.     


“어! 못 보던 얼굴이네! 그나저나 이번엔 또 어떤 귀염둥이를 소개해주시려나?”     


박흥식이 말해준 대로 박재국은 정명식의 채홍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이 한마디로 확실해졌다.

기남은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너스레를 떨었다.     


“그야 물론 우리 랍비님 취향 제대로 맞춰 마련했습니다.”

“그래? 확실하지? 지난번 그 뭐야! 얼굴하고 몸매만 미스 코리아지 잘라 놓은 통나무 같던 걔랑은 확실히 다른 애로 준비했겠지?”

“걔라 하심은...”

“있잖아 걔! 연주랬나 은주랬나 걔 말이야!”

“아, 네. 물론이죠! 컴플레인하셔서 당장 사근사근한 아이로 저희 대표님께서 직접”

“직접? 그렇다면 혹시 미리 맛이라도 봤단 얘긴 아니겠지?”

“아뇨! 그럴 리가요!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기남은 자기가 생각해도 믿기지 않을 만큼 거짓말이 술술 나왔다.

게다가 평소의 그라면 하지도 않을 말까지 절로 흘러나와 정명식을 안심시켰다.     


“완전 깔치 신품입니다!”     


정명식은 만족스러운 듯 입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실제 입술에 침이 번지르하게 묻은 채로 그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그럼 언제 데려올 텐가? 난 당장 오늘 밤이 좋겠는데.”

“물론 입죠. 오늘 밤 당장 대령하겠습니다.”

“이래서 내가 박재국을 특별히 생각한다니까! 일 처리가 빨라서. 좋았어! 지난번 했던 얘기 진행시켜도 좋다고 해!”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오고 가는 건진 잘 모르지만 일단 기남은 넙죽 대답했다.     


“그렇게 말씀 올리겠습니다. 참, 그런데 그전에 저희 대표님께서 오연주는 데려오라고 하셨는데요.”

“응? 왜? 그래도 그냥 주긴 아까운데...”

“그럼 잠깐 얼굴이라도 보고 가겠습니다. 전해야 할 말이 있거든요.”

“전해야 할 말? 그게 뭔데?”

“아시다시피 친자는 아니어도 엄연히 같은 호적에 있는 아이라 맘이 쓰이시는 듯합니다.”
 “그래?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여린 구석이 있구먼! 알았어! 가서 얼굴만 보고 전할 말만 전하고 가!”

“물론 입죠!”     


기남은 정명식 하수인 중 한 명의 안내로 깊은 동굴 같은 곳으로 향했다.

방 앞에 선 기남은 우선 심호흡을 한 후 따라온 이에게 차갑게 말했다.     


“이제 가 보셔도 좋습니다.”     

그가 잠시 눈치를 보더니 이내 자리를 떴다.

그만큼 정명식은 박재국을 믿는 듯했다.

기남은 잠시 뜸을 들이다 노크했다.     


***     


연주를 보고 돌아선 기남은 먼저 박재국을 찾아가기로 맘먹었다.

본인의 영달을 위해 의붓딸까지 팔아먹은 박재국을 용서할 수 없었다.

이번엔 아예 박재국의 숨통을 끊어놓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번과 다르게 이번엔 기남을 본 박재국 똘마니들이 순순히 길을 터줬다.

기남은 곧장 박재국이 있는 대표실로 향해 거칠게 문을 열었다.     


“어서 오시게! 미국 유학 다녀왔단 얘긴 연주 통해 들어 알고 있지.”     


박재국은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은 똘마니들을 주변에 배치하고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이렇게 내뱉었다.     


“그런데 말이야! 자네가 아무리 유학까지 마치고 온 엘리트라고 해도 남 사업에 끼어드는 건 아니지 않나?”     

그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명식이 급한 마음에 확인 전화를 한 듯했다.

어찌 됐든 이미 박재국은 자신이 신분을 위장해 연주를 만났고, 연주로부터 모든 사실을 알게 됐다는 걸 간파한 후라는 걸 기남은 깨달았다.     


“채홍사 사업에 연주를 끌어들인 이유가 뭐지?”

“남의 집안일을 가지고 왜 자네가 흥분, 아! 그러고 보니 연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자네가 있긴 했었지.”

“...”

“연주가 얼굴하고 몸매가 반반하긴 하지. 지 에미 닮아. 그래도 그렇지! 난 내 거에 손대는 건 못 참는 사람이거든.”

“내 거?”     


말과 함께 기남의 두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

순간 앉아 있던 박재국의 정수리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박재국이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뭔가를 발견해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이번엔 그의 두 눈과 코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이런 박재국의 모습을 보게 된 똘마니들이 당황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다 몇몇이 급히 박재국에게 달려가 외쳤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야 이 새끼야! 지금 내가 괜찮아 보이냐? 아이 씨X!”     


난리가 난 틈을 타 기남은 밖으로 나왔다.

기남이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 그를 잡을 명목이 없던 박재국과 똘마니들은 지들끼리 아우성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기남에게 인희가 말했다.     


“기남아! 박검사장 전화 왔었는데.”

“뭐라고 했는데요?”

“널 급하게 찾다 너 없다고 하니까 끊었어. 다시 하겠다면서.”     


그때 전화가 울렸다.

기남이 전화를 받았다.

저편에서 박흥식의 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기남아! 박재국이 병원에 실려 갔는데 전신불수가 됐대.”

“...”

“너 알고 있었어?”

“...”

“너 왜 말이 없어?”

“형은 어떻게 알게 된 건데?”

“나야 며칠 전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일로 참고인 조사하려고 연락했더니 병원에 있다고 해서 알아봤지. 근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전신불수가 된 걸까?”

“...”

“근데 왜 느낌이 이렇게 싸하지? 너 뭐 아는 거 없냐?”     


기남은 무심하게 말했다.     


“내가 아는 게 있을 게 없지. 난 연주 일로 잠깐 만나고 지금 집에 들어왔거든.”

“그래?”     


전화기 저 너머로 박흥식이 고뇌하는 게 느껴졌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다 말을 이었다.     


“기남아! 난 뭐가 됐든 무조건 네 편인 거 알지? 고민 있거나 그러면 나한텐 뭐든 다 말해도 되는 것도 알지?”

“고마워 형!”     


전화 통화를 마치고 기남은 소파에 앉아 숨을 골랐다.

첫 번째 회귀와 다르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 후 많이 피곤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상대의 생각을 읽거나 통제하고 괴력을 사용할 순 있었지만, 한계가 느껴졌다.

기남은 두 번째 손 볼 인간을 떠올리며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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