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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방문기 8

힙하다는 성수동 거리

by 꿈꾸는 노마드

성수동이 힙하단 얘긴 꽤 오래전부터 들려왔지만 한번 간다, 간다 하면서 그간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일단 힙하다는데 귀가 솔깃할 나이는 이미 지나버렸다고 스스로 생각해서가 첫 번째다. 다음으로는 사람들이 많은 곳은 피하고 싶은 생각이 절실해서다.

거기에 내가 서울에 살고 있지 않으니 시간이 맞지 않아 못 가본 것도 일면 사실일 듯싶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한국을, 아니 서울이란 말이 더 맞겠지만, 방문할 때마다 많은 인파에 기가 빨린다는 걸 늘 느끼곤 한다.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내가 새삼 대단히 예민한 사람이라는 깨달음도 덕분에 얻게 됐다.

그런 이유로 그간 성수동 나들이가 그렇게 내키지 않았었다는 게 더 진실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그런데 어떤 연유로 가성비 짱이라는 '미키 스시'란 곳을 알게 됐고, 캐나다로 돌아가기 전 초밥을 한번 더 먹고 싶어 성수동을 방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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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성수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는 그곳을 가기 위해 남편과 나는 예정(예약 시간에 맞춰 그곳까지 소요 시간을 계산한 결과치) 보다 더 일찍 친정 집을 나섰고, 그 결과 '미키 스시' 방문에 앞서 잠시 그 주변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됐다.

소문대로 예쁜 편집숍과 향수를 파는 가게들(이번에 알게 된 건데 거기만 그런 건가? 아님 요즘 향수 사업이 뜨는 아이템인가, 암튼 향수 가게가 자주 보였다!), 힙한 곳에 빠질 수 없는 다양한 커피숍과 디저트 가게들, 레스토랑 등 다양한 상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긴 줄이 늘어선 한 소금빵집에서 얼떨결에 소금빵도 구매하고, 성수동 구경을 이어가면서 '이 정도 인파면 나쁘지 않은데!' 했는데 이건 나의 착각이었다는 걸 약 한 시간 후 알게 됐다.

그건 그렇고, 일단 몇 번은 모르겠고 한번쯤은 구경해 볼 만한 곳이란 생각이 점점 들게 됐는데, 인파의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라는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젊은 사람 취향을 많이 반영한 듯한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든 생각과 색다른 걸 구경하는 건 늘 흥미로운 일이기에 그랬다.

남편 역시 생전 처음 와 보는 곳에 대한 새로움에 빠져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그러다 예약 시간에 맞춰 우리는 초밥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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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의 시그니처라는 벤또스시와 또 다른 초밥세트, 그리고 추가로 성게스시, 전어구이를 주문하고 우린 찬찬히 가게를 둘러봤다.

아담하면서도 일본 정취를 살린 인테리어가 아늑해 보였고, 평일이라 그런지 한산해 보였다.

잠시 후 음식들이 나왔고, 신선한 맛과 색다른 프레젠테이션, 무엇보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전어구이가 맛있다고 했고, 우리 둘은 만족스러운 식사를 이어갔다.


맛있게 먹고 거리로 나오자 아까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거리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그럼 그렇지! 흐흐"

난 혹시나가 역시나로 변한 걸 보면서 이렇게 내뱉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평상시와 달리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게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을 관찰할 기회를 얻게 된 걸 즐기고 있었다.

이 거리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차림으로, 어떤 곳을 드나들고 있나를 관찰함과 동시에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쳐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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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6_234622.jpg 이곳 아디다스는 보통 아디다스 매장과 차별화돼 보였다. 역시 힙한 동네 매장다웠다!


식사 후 가벼운 산책에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곳곳을 살피는 구경꾼의 자세로 전환한 우리는 여기저기 들려오는 중국어를 들으며 걸음을 이어갔다.

꽤 많은 외국인들이 보였고,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연령층도 다양해 보였다.

길을 걷다 맛나 보이는 페이스트리점을 발견해 또 몇 가지를 구입한 후(그곳엔 마땅히 앉을만한 곳이 안 보여서) 본격적으로 앉아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꽤나 다양한 페이스트리류와 간단한 식사도 가능한 그곳에서 카푸치노와 에그타르트(이름이 조금 달랐는데 기억이 안 난다.)를 주문해 남편과 나눠 먹은 후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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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6_232445.jpg 이 집 젤라토 정말 맛있었다! 이탤리 젤라토에 뒤지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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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인파 속에 묻힌 우린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됐음을 알아챘다.

당도 채웠겠다 조금 더 걸어야 마땅하겠으나 둘 다 피곤해지기 시작했음을 서로의 표정에서 읽었기 때문이었다.

우린 자연스럽게 지하철역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좋은 나들이었다는 걸 무언으로 교환하면서 그렇게 힙한 동네 산책을 마쳤다.

내년에도 다시 한번, 다미안과도 꼭 한번 와야지를 속으로 외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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