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해진 올림픽 감상기는 제쳐두고
요즘 남편은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시청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나는 데면데면한 상태.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계든 동계든 올림픽도, 월드컵도 다 시들시들해졌다.
정확히 이유는 모르겠다.
그런 운동 외 내 도파민을 책임져줄 것들이 더 많아졌다는 증거인지, 아님 반대로 그 무엇도 더는 내 도파민에 불을 지피지 못한다는 증거인지.
암튼 뭐가 어찌 됐든 기억 속에 존재하는 내 생애 가장 들떴던 올림픽은 아마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우리나라 최초로 양정모 선수가 레슬링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것, 그리고 루마니아 출신 요정 같은 코마네치의 체조가 너무도 아름답게 보였다는 것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거의 잊고 살던 '몬트리올 올림픽'을 다시 떠올렸던 건 지금의 남편을 만난 바로 그날이었다.
캐나다 중에서도 동쪽에 있는 처음 들어보는 퀘벡이라는 주에서 가장 큰 도시 몬트리올에서 왔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 올림픽이 떠올랐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했던 중학교 3학년 때 우리나라에 첫 금메달을 안겨줬던 올림픽으로, 동시에 여자인 내가 봐도 얼굴이며 몸매며 퍼포먼스며 완전 환상적인 어린(사실 나보다 한 살 많은 언니였지만) 코마네치에 대한 강렬한 기억으로 '그' 올림픽은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었고, 그런 올림픽이 열렸던 곳에서 왔다는 반가움은
분명 그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했다는 게 거의 확실한 내 기억이다!
그러다 그토록 강렬했던 내 기억 속 '그곳'에서의 삶을 결국 난 시작하게 됐다.
두 번째 이민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지나고 보니 그건 어쩌면 운명적 만남까진 아니더라도 운 좋게 발견한 그 뭔가(serendipity) 비스름한 무엇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지극히 사적이고 편파적인 감상에 젖게 된다(아니, 실은 젖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게 난 남편을, 몬트리올을 조우했고, 재회했다.
그리고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영어뿐만 아니라 불어까지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나름 캐나다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물론 나 역시 봄부터 가을까지의 몬트리올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맑은 공기와 자연친화적이고 인구 밀도 높지 않은, 스트레스 거의 없는 청정지역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겨울이 길고, 우중충하고, 해가 짧아지는 건 너무너무 싫다.
첨엔 단순히 내가 추위를 싫어하는 걸로 착각했었다.
워낙 추위를 타는 사람이라 그런 줄 알았었다.
헌데, 추위보다는 해가 짧으면서 동시에 잿빛인 세상을 견디지 못한다는 걸 살면서 알게 됐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젠 점점 힘겨워지기까지 하고 있다.
해서 남편과 나는 한국으로의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 후반쯤으로 일단 계획하고 있는데, 정확한 건 아직 잘 모르겠다.
남편과 나를 연결해 준 '그' 올림픽을, 현재의 '밀라노 코르티나' 올림픽을 보면서 떠올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