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의 파리, 몬트리올 이야기

‘인간의 조건’의 정답을 보여주는 소설 'The Kite Runner'

by 꿈꾸는 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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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 이민자가 처녀작으로 써 베스트셀러까지 오른 소설 'The Kite Runner'는 참 많은 것을 은은하게 담고 있는, 흥분과는 거리가 먼 아주 차분한 소설이다. 뭐랄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저미는 그 날렵함이 너무 예리해서 머릿속에서 오래도록 지울 수 없을 것 같단 예감이 진하게 남는다고나 할까?


이 소설을 쓴 할레드 호세이니는 직업이 의사인데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들려주는 듯한 실감 나는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로 나는 소설의 주인공 아미르와 작가를 계속 겹쳐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이 소설이 주는 현실감이 대단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고, 나 자신 이 소설 속에 흠뻑 빠졌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은 많은 생각거리를 내게 던져주었다. 우선 누구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약간의 죄의식을 끄집어낼 수 있으리라 여겨지는데, 이 소설에서는 이것이 약간이 아니라 평생을 따라다니는 큰 멍에로 소설 속 주인공을 점령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인 아미르는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로 자신이 어머니를 죽게 만들었고, 그래서 아버지가 자기를 미워할지도 모른다는 근심을 늘 가슴에 품고 있는 인물이다.


거기에 아버지에 대해 아들이 품고 있는 일종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이 소설에도 어느 정도 스며있다고 보이는데, 그는 아버지의 기대를 채우려 노력하는 동시에 아버지에 대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단죄하는 방식의 하나로 하인인 착한 하싼을 괴롭힘으로 스스로에게 벌을 가한 것은 아니었는지란 생각이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보자면 이 소설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우유부단했던 자신의 여린 영혼에 대한 회개와 극복만을 보여주는 성장소설이 아닌, 아버지와 아들, 또는 어머니와 딸이 겪는 전인류를 관통하는 대서사적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고도 보인다. 거기에 감히 넘볼 수 없었던 아버지의 큰 위상이 소설의 하반부에서 졸지에 큰 배신으로 주인공을 강타하고, 그러므로 우리 인간은 결국 아무도 완벽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으로까지~ 그야말로 재미도, 감동도 듬뿍 안겨주는 오랜만의 ‘최고의’ 소설 한 편이라 여겨졌다.


그리고 우리에게 고정되어버린 하나의, 또는 그 이상의 관념이라는 것이 자기보다 못하다 여겼던 사람에 의해 아무렇지도 않게 묵사발될 때의 그 황당함보다는 차라리 거기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나 자신의 <한계>를 알아채버리는 그 순간의 깨달음이 더 황홀하다는 걸 아주 은은하게 보여주는 장면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그리고 아주 충실하게 자신의 내면을 고백하는 주인공의 그 성실성 또한 같은 인간으로 애정이 마구 솟아올라 감정을 추스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주인공 아미르보다 더욱 우리를 아련 씁쓸하고 애타게 만드는 것은 대책 없이 훌륭한 하자라 보이 핫싼이다. 그는 비밀(?)이 알려지기 전까진 그냥 못 생기고, 천한 계급 출신에다 어미까지 천하디 천한 여자다 보니 말 그대로 천민이다. 그런 그가 오히려 순수한 영혼으로 번번이 부잣집 도련님 아미르를 머쓱하게 만드니 이게 바로 통쾌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새옹지마 인생사 역전의 정수가 아니고 뭐겠는지? 이건 절대로 억지로 꾸며낸 교과서적인 교훈이 아닌, 말 그대로 우리 인간이 봐야 할 것은 바로 겉모습이 아닌, 그 안의 순수성이란 걸 증명해주는 멋진 장면들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역시 최고봉은 자신의 죄의식을 엉뚱하게 못된 ‘뒤집어 씌우기’로 전환시킨 아미르의 행동 앞에서 순순히 자신의 죄로 고백하는 핫싼의 고결한 선행인데 난 이 장면에서 급기야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아! 어떻게 이런 어린 나이에 어른들도 흉내 낼 수 없는 인내와 도의 경지를 보여줄 수 있담~ 하면서 안타까움에 그의 이름을 나지막이 몇 번 부를 수밖에 없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우리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비록 죽음이라는 위협 앞에 있을 지라도), 과연 어른은 어떻게 어린이들을 어루만져주어야 하는지, 잃었던 양심을 되찾는데 지불해야 할 값이 얼마이든지 상관없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망설임 없이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좋았다.


또한 기회라는 것이 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진실로 원하고, 그것을 막닺드릴 준비가 된 사람에게는 언젠가 오고 만다는 진리를 또 한 번 배웠다. 더불어 세상만사 <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는 시공을 초월한다는 가르침을 다시 되새겨본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감정이입이 잘 되는 편이긴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만큼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한숨짓고, 웃음 짓고 했던 적이 최근 들어 없지 않았나 싶을 만큼 이 책은 날 가슴 뛰게 만들었다. 해서 기회가 된다면 이 작가의 다른 책도 구해 읽고 싶단 소망을 강하게 느꼈고, 우리나라의 훌륭한 작가의 작품들도 영어로 잘 소개된다면 범세계적으로 감동을 줄 수 있을 텐데~란 그 점이 또 아쉽게 다가오기도 했음을 고백해야겠다.


소설 읽기를 다 끝마치기 전 영화로 만들어진 이 작품을 감상했었지만 역시 소설이 보여주는 촘촘한 감동은 영화에선 기대할 수가 없었음이 사실이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아주 많이 좋아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이 작품만큼은 영화가 소설의 감동을 되살려내기에 역부족이지 않았나 싶다. 특히 결말 부분에서 소설에서 보여주는 긴장감과 한 소년의 고뇌를 좀 소홀히 다루지 않았나 싶기도 하면서 내겐 큰 무게로 다가왔던 소년의 비탄과 좌절감이 상대적으로 약해 많이 아쉬웠다.


모처럼 아들 덕분에 원서로 접하게 된 영문소설을 읽으며 원서가 주는 또 다른 맛을 느끼며 참 가슴 아리지만 보람되게 끝마친 독서가 되었다.


전문이 다 기억나지 않지만 소설에서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주인공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의 말을 비롯해 기억나는 몇 소절을 여기에 옮겨 놓으며 나의 감성을 다소곳이 추스르려 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도둑질을 하는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이 진실을 알아야 할 권리를 훔치는 것이지. 그리고 사람을 죽이는 것은 생명을 훔치는 것이다. 누군가를 속인다면, 너는 공정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과 같은 것이다.” -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가 아미르에게 들려줬던 말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 이상이라도~” - 핫싼이 한 말


“다시 좋은 사람이 될 방법은 있단다.” - 아버지의 친구이자 아미르의 멘토였던 라힘 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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