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돈 주고 고통받는 중입니다만"

매일 후회하지만 계속하고 있는 중입니다!

by Serenitas

작년 봄, 갑자기 마음속에서 ‘대학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떤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뭔가 이뤄야겠다는 절박함도 아니었다. 그냥, 이제는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뜬금없이 그런 이야기를 꺼낸 내게 남편은 황당하다는 눈치였다. “아니, 학부 때도 열심히 안 하던 공부를 갑자기 왜?”라며 나를 말렸지만, 나는 “일단 원서라도 내보자”는 말로 응수했고, 그렇게 시작한 도전이 덜컥 합격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나는 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에듀테크학과에 입학했다.

'에듀테크'라는 단어가 낯설기도 하고, 솔직히 ‘테크’ 쪽은 나와 좀 거리가 있는 분야라 걱정도 많았지만,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교육학을 전공한 내게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메타버스, 챗봇 등 지금 교육 현장에 점점 깊숙이 들어오는 기술들이 어떻게 융합되고, 실제 수업에 어떤 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배우는 과정 자체가 신선한 자극이었다.

우리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전공도 경력도 제각각인 동기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지식을 나눈다. 나처럼 교육 쪽에 있었던 사람도 있고, IT 기업에 다니는 사람, 학교 선생님,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님도 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수업을 듣고 과제를 내고 세미나에 참석을 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3학기에 접어든 지금, 솔직히 쉽지는 않다. 과제는 늘 버겁고, 생소한 기술 용어나 툴을 따라잡기 위해 검색과 씨름하는 날도 많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발표에 세미나 등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며칠 전, 스터디 모임 톡방에서 중간 과제 이야기를 하다가 한 동기가 푸념처럼 말했다. “대학원은 돈 주고 고통받는 곳이야.”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 말에 정말 공감도 갔다. 그래도 그 ‘고통’ 속에 배우는 재미가 있고, 성장하는 기쁨도 있다.

AI를 활용한 수업 설계,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협업 학습, LMS와 데이터 분석을 통한 학습자 맞춤 피드백 설계 등은 내가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분야다. 이제는 ‘교육’이라는 틀 안에서도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체감하고 있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컸지만, 지금은 그 낯선 영역을 하나씩 익혀가며 나의 교육 철학을 확장시켜 가는 중이다.

어쩌면 그날 갑자기 찾아온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매 순간 원망으로 또는 즐거움으로 왔다 갔다 한다. 대학원 과정은 여전히 고단하고 헉헉거리지만, 돌아보면 잘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게 버텨 보는 중이다.

때로는 ‘왜 시작했지?’ 싶을 만큼 벅차지만, 함께 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동기들이 있어서, 나를 끌어당기는 호기심이 있어서, 그리고 여전히 배우고 싶은 욕망이 내 안에 살아 있어서, 오늘도 나는 다음 수업을 준비한다.

그리고 오늘도 강의를 듣기 위해 노트북을 켠다.
‘돈 주고 고통받는 곳’, 그래도 참 잘 왔다고 나를 세뇌시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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