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이 편안하다는 것...
'무탈'하다는 말은 아무 일 없이 편안하다는 뜻이에요. 큰 사고나 병, 재난 같은 나쁜 일이 없이 평온하게 지내는 상태를 의미하지요. '탈'은 '탈이 나다', '탈이 생기다'처럼 좋지 않은 일이나 문제를 뜻하는 말인데, 그 앞에 '없다'는 뜻의 '무(無)'가 붙어 '아무 문제나 어려움이 없다'는 의미를 갖게 된 거랍니다.
얼마 전, 오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별일 없지? 무탈하게 지내고 있남?"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그 말 한마디가 유독 가슴을 울렸습니다. 젊은 날의 전화는 늘 "뭐 하고 지내? 바쁘지?" 같은 말들로 시작하곤 했는데, 이제는 "무탈하게 지내?"라는 따뜻한 안부로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는 나이가 된 거죠.
50년 넘게 살아보니 '무탈하다'는 말이 얼마나 따스한 위로이자 큰 축복인지 절실히 깨닫습니다. 젊은 날에는 이 말이 그리 와닿지 않았어요. 하루하루가 도전이고,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했죠. 조금 아프거나 작은 문제가 생겨도 금세 회복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힘이 넘쳤으니까요. '무탈하다'는 말은 그저 당연한 일상의 배경 음악처럼 흘러가는 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50이라는 나이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이 말이 삶의 진정한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스스로 몸을 움직여 걸을 수 있는 것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마주 보며 웃는 것이 모두 감사하게 다가와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별 탈 없이 평온하게 흘러가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보물인지 깨닫게 된 거죠.
주변을 돌아보면 더욱 그래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몸이 불편해진 지인, 갑작스러운 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친구, 혹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이웃을 보면서 '나에게 별 탈 없이 흘러가는 오늘 하루가 얼마나 큰 행운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젊은 날의 무모함이나 욕심은 사라지고, 그저 '무탈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것' 그 자체에 감사하게 돼요.
무탈함은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니랍니다. 그것은 매 순간의 노력과 운, 그리고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랑 덕분에 가능한 기적과 같아요. 소란스럽거나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평범하고 잔잔하게, 아무 탈 없이 흘러가는 일상이 가장 따뜻한 행복이라는 것을 50이 넘어서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오늘도 무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어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모두의 하루가 늘 무탈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