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은 닫고, 마음은 열어보기
사람은 참 간사하다. 배가 부르다고 하면서도 후식은 꼭 챙겨 먹고,
옷장이 터질 듯한데도 세일 알림엔 기어이 클릭한다.
나도 안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필요한 것만 사야지’ 하면서 장바구니에는 언제나 불필요한 것들이 담겨 있다.
처음엔 소박하게 살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충분하다.” 이런 문장을 다이어리에 적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런데 정작 그 다이어리 옆에는 새로 산 펜이 줄지어 있었다.
색깔별로. 다 쓸 일도 없는데, 괜히 예뻐서.
욕심이란 게 꼭 고양이 같다.
귀엽게 다가오더니, 품에 안으면 할퀴고 도망간다.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피곤하다.
그래서 요즘은 욕심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지내기로 했다.
이름하여, ‘적당히 만족하는 습관 들이기 프로젝트’.
첫 번째 단계는 ‘참아보기’.
사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24시간만 기다려본다.
놀랍게도, 다음날이면 그 물건의 반짝임이 반쯤 사라져 있다.
밤새 통장이 현실을 속삭여준 덕분일지도 모른다. “넌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어.”
두 번째는 ‘있는 걸 보기’.
커피 한 잔의 온도, 편하게 입은 티셔츠, 퇴근 후 침대 위의 포근함.
이런 사소한 것들이 생각보다 꽤 괜찮다.
가끔은 그런 일상에게 “너 괜찮다, 오늘도 고마워.” 하고 중얼거리면,
마음이 이상하게 따뜻해진다.
물론 완전히 욕심을 버린 건 아니다.
여전히 SNS에서 누군가의 여행 사진을 보면 괜히 부럽고,
새로 생긴 카페를 보면 가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래, 또 욕심났구나. 인간미 있네.”
그렇게 한마디 해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건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기술 같다.
욕심이 나를 끌고 다니게 두지 않고, 내가 욕심을 살짝 리드하는 것.
그 사이에 생기는 여백이 생각보다 넉넉하다.
그 안에서 여유가 자라고, 그 여유가 다시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욕심과 나 사이에는 딱 한 뼘의 거리가 좋다.
너무 멀면 삶이 밋밋해지고, 너무 가까우면 숨이 차니까.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욕심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다면, 그게 진짜 만족 아닐까.
요즘 나는 그 한 뼘의 거리를 유지하려 애쓴다.
욕심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다. 다만 그 욕심이 나를 끌고 다니지 않게 하면 된다.
마음속에 작은 여백 하나쯤 남겨두면, 거기서 여유가 자란다.
그냥 한 발짝 늦게 반응하고, 가진 것들을 한 번 더 바라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살짝 미소 한 번 짓는 것.
그게 내가 요즘 배우는 ‘덜 가지는 법’이다. 의외로, 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