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가 그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by Serenitas

올해 가을은 유난히 비가 오래 머물렀다.

하루이틀 내릴 비가, 마치 자리를 잡은 듯 멈출 줄을 몰랐다.

창밖은 늘 흐리고, 공기엔 눅눅한 냄새가 배어 있었다.

가을이라면 본래 투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먼저 떠올라야 하는데,

올해의 가을은 유리창에 맺힌 빗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렇게 2주쯤 이어진 비가 그친 오늘,

하늘은 놀라울 만큼 맑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잿빛으로 내려앉아 있던 세상이

하룻밤 사이에 씻겨나간 듯했다.

햇살은 따뜻했고, 구름은 얇고, 바람은 가볍게 불었다.

그냥 그런 날이었다.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맑은 날.

그런데 괜히 마음이 뭉클했다.


참 웃기다.
늘 맑을 땐 그게 당연했는데,
며칠 비에 갇혀 있다가 다시 맑은 하늘을 보니 괜히 감사하다.
‘하늘이 이렇게 파랬었구나!’
그동안 왜 이 예쁨을 몰랐을까 싶다.

생각해 보면 인생도 날씨랑 참 비슷하다.
좋은 날만 이어지면 평온은 당연한 것이 되고,
비 오는 날이 있어야만 평온의 따뜻함을 다시 배운다.
계속 내리던 비 속에서는 끝이 없을 것 같지만
결국 하늘은 스스로를 열어 보인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는 오늘 그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지금 인생이 가을장마 같아도 괜찮다.
잠시 눅눅하고, 좀 쌀쌀하고, 때로는 꽤 흐려도
어느 순간, 하늘은 또 말끔하게 웃을 거다.
그리고 그때 깨닫게 될 거다.
“아, 이 평온이 이렇게 좋았구나.”

비 뒤의 하늘은 괜히 더 예쁘다.
바람마저 상쾌한 오늘, 햇살에 바싹 말린 바삭한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 좋은 날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