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작별,
여러 사람의 재회

슬픔 사이로 피어난 반가움

by Serenitas

친한 지인의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오랜만에 꺼내 입은 검은 옷, 낯선 동네 장례식장.

향 냄새가 은근하게 퍼지는 빈소, 낮은 목소리와 짧은 숨들이 어지럽게 섞인 그 공간에서,

나는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인은 고단한 얼굴이었지만, 나를 보자 눈을 마주치며 조용히 웃었다.

“와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전해졌다.

나도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짧은 눈인사로 마음을 나눴다.


그런데 그곳에서 정말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했다.
예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
함께 일할 땐 거의 매일 봤지만, 지금은 지역도 멀고, 서로의 삶도 달라져 자주 볼 수 없는 사이들이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고, 서로의 생일을 기억하고,

때때로 힘이 되는 말을 건네는 그런 사이다.

보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온다고 해서 안 가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짧은 인사 속에 반가움이 묻어났다. 누군가는 조용히 웃었고, 또 누군가는 눈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날의 대화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공기가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라도 보게 돼서 다행이다, 하지만 하필 왜 이런 자리일까.’

장례식장은 슬픔의 장소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따뜻함이 있다.

한 사람의 마지막을 함께 보내는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짧은 눈빛 속에 오래된 안부를 담았다.


돌아오는 길, 마음이 묘하게 일렁였다.

보고 싶은 사람들은 늘 마음속에 있지만,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다시 실감했다.

‘다음에 보자’는 말이 늘 다음으로 미뤄지다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날에야 이루어지는 일이 있다는 것.

그래서 생각했다.
다음엔, 정말로 아무 이유 없이 만나자고.
밥 한번 먹자, 커피 한잔 하자, 그 흔한 말들을 그냥 지나치지 말자고.

그날의 재회는 짧았지만, 마음 한편을 오래도록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다.

살아 있는 지금, 마음 가는 이들에게 조금 더 자주 다가가야겠다는 다짐을 남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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