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던 나라에서,
머물고 싶은 나라로

50대가 느끼는 한류~

by Serenitas

요즘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이십 대이던 시절엔,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렇게까지 세계의 주목을 받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때 나는 잠시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Korea”라고 대답하면,

대부분은 “South or North?”라고 되묻곤 했다.
아시아라면 중국이나 일본만 알고 있던 시절이었다.
한국은 그저 지도 한 편의 작은 나라였고,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 시절엔 김치 냄새가 난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 때면 괜히 짜증이 났다. 김치가 얼마나 건강 음식인데.
내게는 익숙하고 편안한 냄새였지만, 타인에게는 낯설고 거북한 향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때의 나는, 내 정체성을 잠시 접어두는 법을 배워야 했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했다.
이제는 김치가 건강식품으로 소개되고,
한국 드라마와 음악, 패션, 음식이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는다.
‘K’라는 글자가 붙으면 왠지 세련된 느낌이 되는 시대다.
예전에는 한국을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외국인이 먼저 한국을 이야기한다.


며칠 전 명동에 나갔다가 그 변화를 온몸으로 느꼈다.
거리마다 외국인들로 붐볐고, 들리는 언어도 다양했다.
누군가는 떡볶이를 먹으며 매워서 웃고, 누군가는 K-팝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착각했다.
여기가 서울인지, 아니면 뉴욕 한복판인지.

스무 살의 나는 늘 한국을 떠나고 싶었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고, 그곳에서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한국에서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또 자랑스럽다.
세상이 우리를 알아보고, 우리가 만든 문화에 열광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었으니까.

세상은 바뀌었고, 나도 변했다.

예전엔 떠나야만 보일 것 같던 세상을, 이제는 한국이라는 자리에서 더 넓게 바라본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여전히 배추와 마늘의 향을 좋아하는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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