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한마디가 열어준
꿈의 서랍

나도 아직 꿈이 있답니다.

by Serenitas

하루는 수업이 끝날 무렵, 초등학교 1학년 꼬맹이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원장 티처, 꿈이 뭐예요?”

뜻밖의 질문이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꿈이라니… 나이 오십이 넘은 지금,

누가 내게 그런 걸 물어볼 줄이야.
웃으며 얼버무리려는 사이, 아이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 눈빛에는 궁금함보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저는 공룡 박사가 될 거예요.”

아이는 마치 이미 그 꿈을 이룬 사람처럼 자신 있게 말했다.
그 한마디에 마음이 조용히 흔들렸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아이들처럼 ‘나의 꿈’을 이야기하지 않게 된 게.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꿈을 뒤로 미루는 일이라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날 밤,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그때 마음 한편에서 오랫동안 잊고 지낸 바람 하나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여행 작가.’
그래, 나는 여행 작가가 되고 싶다.


낯선 도시의 골목을 걷고,

그곳 사람들의 일상과 표정을 글로 담고 싶다.

사진을 전공한 남편은 풍경을 찍고,

나는 그 옆에서 이야기를 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둘의 시선을 담은 한 권의 책을 내는 것이 작은 꿈이다.

1인 출판사라도 좋다.
천천히, 정성껏, 우리만의 책을 만드는 일.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생각해 보면, 꿈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눈에 사소해 보여도,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라면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꿈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잠시 잊혔다가,

어느 순간 불쑥 다시 깨어날 뿐이다.


이제 누군가 다시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꿈은 여행 작가예요.
남편과 함께 세상을 기록하는 사람, 그게 내 꿈이에요.”


아이의 한마디가 내 마음속 먼지 쌓인 서랍 하나를 살짝 열어주었다.
그 안에는 아직도 따뜻하게 숨 쉬고 있는 나의 꿈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꿈을 잊지 않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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