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잃어버린다는 것

사랑은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

by Serenitas

언젠가부터 ‘치매’라는 단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나에게 치매는 이제 뉴스 속 병이 아니라,

바로 우리 엄마의 일상이다.


어제도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기장판이 켜지지 않는다며,

이것저것 눌러봤는데도 안 된다는 거였다.
나는 차근차근 설명을 해드렸고,

한참 후 “아, 이제 되네” 하시며 안심하셨다.
다행히 아직은 심하지 않아서 주간보호센터에 다니며 생활하고 계시지만,

나는 늘 마음 한편이 불안하다.


엄마에게 나는 엄마를 지켜줄 유일한 보호자이고,

엄마는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치매 관련 뉴스나 기사만 봐도 눈길이 간다.

그러다 어제 어떤 이야기를 들었다.

“치매는 과거를 잃는 병이 아니라, 미래를 잃는 병이다.”
그 말이 유난히 마음에 오래 남았다.


우리는 흔히 치매를 ‘기억을 잃는 병’이라 말하지만,
사실 그 잃어버린 기억으로 인해

미래까지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기억이 사라지면 사람의 정체성도,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도 함께 희미해진다.


엄마를 바라볼 때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엄마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계실까.’
예전엔 성당에도 다니시고,

친구분들과 차 한잔 하며 웃음꽃을 피우시던 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일상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엄마 스스로도 얼마나 답답하실까.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안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시겠지.
그런 엄마를 보면 가슴이 저리고, 또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사실 나도 가끔은 지친다.
학원 일과 대학원 공부로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가다 보면,
엄마의 전화 한 통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곤 한다.
그리고 이내 후회한다.
엄마는 일부러 그러시는 게 아닌데,
나는 왜 그걸 잊고 있었을까.


이제는 치매를 두려움 대신 준비의 마음으로 바라보려 한다.
치매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나이 오십을 넘기며

나 역시 건강을 지키고 두뇌를 단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꾸준히 배움을 이어가는 일—
어쩌면 그것이 나의 작은 예방책일 것이다.


엄마의 오늘을 지켜보며 나는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배운다.
기억이 사라져도 사랑은 남는다.
미래를 잃는다 해도, 오늘 이 순간만은 함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쌓여 나와 엄마의 또 다른 기억이 되길,
나는 오늘도 조용히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아이의 한마디가 열어준 꿈의 서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