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억 속 외할머니...
나의 외할머니는 시골에서 사셨다. 내가 어렸을 때,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고 계신 할머니를 자주 만날 수 없었기에 나는 할머니와의 기억도 많지는 않다. 기억 속의 할머니는 항상 작은 체구였고, 미소가 참 말갛던 분이셨다. 특히 웃을 때의 그 순수한 미소는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할머니는 말수도 많지 않으셨다.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는 조용히 있는 것이 편하셨던 분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말이 적을수록 더 많은 사랑이 담겨 있던 분이셨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할머니는 이가 많이 빠져 있었고, 살이 찐 모습을 본 적이 없었지만, 늘 조용하고 단아하셨단 느낌이었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할머니는 우리 집에 오셔서 할머니에게는 생소했던 피자를 드셔보셨다. 그때 할머니는 피자의 간이 맞는지 한 입을 드시고는 "간간한 게 맛이 있다"며 작은 미소를 지으셨다. 그리고 이어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세상이 이렇게 좋아지는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좋아질까?" 그 말에서 할머니의 순수한 호기심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이 느껴졌다.
할머니는 80이 넘는 나이까지 치매 없이 사시다가 두 달 정도를 편찮으신 후 돌아가셨다.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는 자주 어릴 적 이야기를 하신다.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깜깜한 새벽 할머니를 따라 성당에 가신일, 전쟁 때 할머니 손을 잡고 살고 있던 곳보다 더 시골 아는 집으로 갔었던 일...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엄마에게 할머니는 여전히 너무도 보고 싶은 엄마이신가 보다.
사람은 누구나 따뜻한 기억들로 힘든 상황을 버텨 내는 것 같다.
엄마가 나의 외할머니 나이가 되고 내가 그때의 엄마의 나이가 되어 보니 예전에는 잊고 살았던 좋은 기억들이 결국 나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할머니, 잘 계시죠? 서먹 서먹 별로 말도 없던 외손녀가 이제야 할머니 생각을 합니다. 부디 할머니의 막내딸이자 외손녀의 하나뿐인 엄마를 지켜 주세요~
그리고 그때는 못했던 말 이제 해 볼게요, 할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