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친정엄마와 또 한바탕...
수업 중에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다. 치매에 걸린 친정 엄마 전화라 안 받을 수 없다.
엄마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묻어 나오며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모든 일은 다 나 때문이다. 갑자기 예전 일을 꺼내며 마치 어제 일처럼 나에게 퍼붓는다. 오늘은 나도 목소리가 높아져 버렸다.
어머니의 치매, 나의 갱년기, 학원 원장, 아내이자 엄마로, 그리고 학업까지. 나는 마치 위태로운 곡예사 같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오늘은 또 엄마가 어떤 이유로 나에게 화를 내실지, 보호센터는 잘 가셨겠지? 집안에 돈을 숨겨 놓으시고 생각이 안 나서 나에게 짜증 부리는 전화를 하시는 건 아니겠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학원에 출근해서는 밝은 얼굴로 아이들을 맞이하고, 수업도 하면서, 일상 중에 올라오는 갱년기 증상으로 부채를 손에 들고 다니고 있다.
지금 나는 잘하고 있는 건가?
늦은 밤, 모두 잠든 후에야 나는 겨우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에듀테크 논문을 읽고, 과제를 해결하는 그 시간마저도 쫓기듯 허둥거린다.
갱년기가 찾아와 온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감정은 널뛰기를 한다. 작은 일에도 눈물이 터지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주 보호자인 나를 믿지 못하는 어머니를 볼 때면 가슴이 찢어진다. 내가 평생을 바쳐 헌신한 엄마의 딸인데, 이제는 내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만 같다. 딸의 역할, 아내의 역할, 엄마의 역할, 원장의 역할, 학생의 역할까지,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려 애쓰지만 결국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자괴감에 빠진다.
나는 누구를 위해 이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 걸까. 이 모든 짐을 언제까지 짊어져야 하는 걸까. 나를 잃어가는 엄마를 보며, 나 자신마저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두렵다.
하지만 또 한 번 툴툴 털어버리고 힘을 내 본다.
늘 옆에서 내 온갖 짜증과 힘듦을 같이 해 주는 남편이 있고 자기 할 일 열심히 하고 있는 딸아이가 있으니 무너져 내린 마음을 부여잡고, 흐트러진 내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다시 맞춘다. 언젠가 이 모든 시간이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