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아낙의 책걸이 리폼
그리움이 소리 소문도 없이 마음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버티고 있을 때,
글 쓰는 일이 잘 안 풀려 애먼 손톱만 뜯어먹고 있을 때,
누군가로부터 받은 생채기가 덧나 곪아 들어갈 때,
그럴 때 그대는 무얼 하시나요?
저는 리폼을 합니다.
이처럼 골때리는 일들을 잠시 구름 위에 올려놓고 리폼을 하면 어느 새 마음의 모공마다 신선한 공기가 비집고 들어가 숨통 트이게 합니다.
리폼하는 사람들이 환장하는 재료는 아마도 서랍, 사과상자, 와인 상자 등일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재활용하여 리폼을 하면 뿌듯함이 하늘을 찌르지요.
집 한쪽 어둠 속에 처박혀 있거나 그 수준도 안되어 이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나가 계신 서랍, 사과상자, 와인 상자들에게 새 빛을 선사했으니 얼마나 광이 나겠는지 찍어먹어보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귀농 후, 문갑처럼 생긴 것을 얻었는데 너무 우중충하여 버리지도, 쓰지도 못하고 있었어요.
집 분위기 망치기에 안성맞춤이었지요.
결국 버렸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저 서랍만큼은 부활의 기회를 주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다시 가서 주섬주섬 서랍 두 개를 주워왔어요.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내다 버린 것 주워오는 그 모습이 얼마나 씁쓸한지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다가 미니 책걸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암울한 때깔이라 집안 분위기 말아먹었던 서랍을 뽀대 나게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서랍의 바탕이 워낙 검으티티하기 때문에 그대로 페인트칠을 하면 클 납니다.
바탕의 우중충함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우선 서랍 전체를 사포질을 해야 합니다.
굵은 팔뚝 빠지도록...
그래야만 페인트칠이 잘 먹어요.
먼지 제대로 날리는 사포질이 끝나면 젯소칠과 페인트를 칠해주고 말린 다음 마지막으로 바니쉬를 칠해주면 끝!!
그러나 세상 일이 그렇듯이 여기 까지라면 거저 먹기겠지요.^^
만만치 않은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서랍 손잡이가 문제!!!
손잡이까지 마구잡이로 페인트칠을 하면 오죽이나 좋을까요.
그러나 그리되면 제대로 촌스러운 길로 들어서는 것입니다.
젯소나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마스킹, 커버링 테이프를 손잡이에 두르고 조심조심 숨소리도 죽여가며 바들바들 칠을 해야 합니다.
충분히 말린 후 손잡이 반대쪽에 열쇠고리(평철)라는 액자 고리를 달면 리폼 끝~~~~
그렇게 한쪽 벽면에 두 서랍을 달고 내 책을 꽂았습니다.
내가 만든 것이라 애착도 가고 제 눈에 안경이라고 이뻐 보이네요.
바람이 부네요.
그 바람에 실려오는 진통 소리가 나를 부르니 서둘러 꽃밭으로 나가봐야겠어요.
산골 다락방에서 배 동분 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