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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Jun 01. 2016

우체통은 그리움을 담아두는 곳  

아들이 군대 갔을 때, 그리움을 담아둘 우체통을 만들었다.

이 깊은 산중에 살면서 그래도 영혼에 곰팡이가 피지 않는 것은 늘 영혼을 꼼지락거리기 때문이다.
한겨울 발가락을 한참 꼼지락거리면 땅땅 얼어붙었던 발에 온기가 돌듯이 영혼을 쉴 새 없이 꼼지락거리게 되면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나의 경우 그 꼼지락 거림이란 책을 읽는 것, 감동과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풀어내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손으로 뚝딱뚝딱 만드는 일이다.
요즘, 나의 영혼이 녹슬지 않고, 곰팡이 피지 않도록 꼼지락거리는 일 중 하나는 리폼이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때 함께 귀농한 아들이 군대에 갔다.

늘 책을 끼고 살았던 아들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휴학을 하고 군대에 입대한 것..


이곳 울진은 특수 지역이라 집에서 출퇴근하는 일명 상근이라는 것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아들은 상근보다 자원하는 것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며 현역으로  자원했다.

아들과 헤어지던 날을 어찌 잊을까.

마음은 바닥을 기었지만 아들 앞에서는 삐삐머리 소녀처럼 밝게 웃어야 했다.

그래야 아들이 마음 편하게 생각했으므로...


그런 속 깊은 아들을 훈련소에 넣고 나서 하는 걱정은 아들의 몸이 고단한 것보다는 마음이 힘들까 봐 그게 걱정이었다.


내가 아는 지인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군대 가서 마음고생하여 지인의 마음이 숯검댕이가 되는 것을 보았던지라 정수리가 뻐근하도록 마음앓이를 했다.


책을 워낙 많이 읽고 좋아한 아들은 훈련소에 가면서도 작은 쪽지에 시를 필사해서 가져갔다.

나 역시 아들에게 편지를 아주 자주 보냈는데 그때마다 그가 용기를 얻고, 꿈에 물을 줄 수 있는 시를 몇 장이고 일일이 필사해서 보내주었다.

그러면 아들에게 시는 영양제가 되었고, 그곳에서도 꿈꾸게 하였으며 위안이 되었다고 고마워했다.

그런 거야 내가 몇 날 며칠 밤을 샌들 못해줄까.


그렇게 아들과 끊임없이 편지 교환을 하던 어느 날, 우체통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우체통은 그리움이다.

우체통은 기다림이고 상대방의 안녕을 믿는다는 의지의 표상이었다.


사실 난 손재주가 무재주다.

리폼 같은 것을 한적도 없거니와 만들 생각조차 안 했다.


“우체통"
드디어 톱을 들었다.

우선 나무가 없었다.


집에 굴러다니는 나무를 주워 모았다.

톱질이 맘대로 되지 않아 삐뚤빼뚤하지만 열심히 자르고, 못을 박고, 경첩을 달았다.

우체통의 지붕은 빨강이 트레이드 마크이니 그리 결정된 것이고, 나머지는 어떤 색으로 할까?

그러니까 그리움에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내 그리움은 어떤 색일까?

바탕이 되는 것은 파란색으로 결정했다.

파란 하늘처럼 군대 간 아들의 마음이 늘 푸르고 행복하기를 빌었으니 그 마음의 반영이었다.

앞문은 아이보리 색...

경첩 하나를 달아 윗문이 열리도록 했다.

우체부 아저씨가 뒷문을 열고 우편물을 넣으면 난 앞문을 열고 소중한 내 아들의 편지를 포함한 각종 우편물을 꺼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앞문에 집 모양의 그림이 있는 냅킨 아트를 했다.

군인들은 휴가라는 말 대신 '집에 가는 날'이라고 한단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들에게 집은 또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 싶어 정수리가 뻐근했다.

그래서 집 모양을 붙였다.

이렇게 군대 간 아들과 난 우체통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아들의 안부를 전해받았다.

우체통은 마음을 연결하는 정거장이자그리움을담아두는곳이다.

군대 간 아들의 마음과 어미의 마음을 연결해주는 정거장...

당신은 어떤 정거장 앞에서 사랑하는 이의 소식을 기다리시는지요?


산골 다락방에서 배 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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