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동분 소피아 Jul 07. 2016

노을 속에서 홍화 꽃차가
풀려나 온다.

귀농 아낙의 <홍화 꽃차 만들기>

차를 마실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한승원 작가가 쓴 <초의>라는 책에 나오는 대목이다.  

초의 스님은 

“나는 차를 마실 때마다 늘 찻잎 하나하나를 땄을 손, 그것을 가마솥에서 덖었을 손을 생각한다.

봄 보릿고개 때에 허기진 배를 허리띠로 졸라맨 채 땄을 것이고, 손이 뜨거운 것을 무릅쓰고 덖었을 것이다....

사람의 죄가 따로 있는 것 아니다. 

차를 마시되 찻잎 딴 손을 알지 못하는 죄, 가마를 타되 가마 멘 사람의 땀이나 가쁜 숨결을 알지 못하는 죄가 제일로 큰 죄다. “라고 말했다.  

나 또한 차를 마시기 위해 덖어둔 차를 꺼낼 때, 

물을 정성껏 끓여 부을 때, 

차 잎이 환생하듯 찻잔에서 제 몸을 푸는 모습을 볼 때, 

그와 동시에 코끝에서 가슴으로 치닫는 차향을 마실 때, 

그리고 그 차가 간사한 세 치 혀를 세탁하고 마음 구석구석의 방까지 닿을 때 

초의 스님의 그 말을 몇 번이고 옹알이해본다.   

그래서일까.

차를 마시는 시간은 내가 나를 숙제 검사하는 시간이다.

내 삶의 숙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그래서 나를 채찍질하고, 그리고 내가 나를 위로하고, 또 용기를 주는 그런 시간이라 차를 마시는 시간은 일 분 일 초도 허투루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귀농하고 점점 꽃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내가 귀농한 이곳은 경북 울진 하고도 오지 산골이라 지천으로 귀한 차의 재료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홍화 꽃차를 만들기로 했다.

홍화꽃은 잇꽃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에게 이로운 꽃이다.  

어혈을 풀어주고, 혈액순환과 다이어트, 통증제거, 눈의 충혈, 뼈와 관절에 좋으며 생리불순, 부인과 질환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모든 꽃차를 만드는 일이 손이 많이 가고 시간과 정성을 요하는 작업이지만 홍화 꽃차는 꽃을 손질하는 시간까지 가세하여 더욱더 그렇다.     

홍화꽃은 국화과에 속하고 개화기는 6,7월이다.

가시가 어찌나 독을 품듯 꽃을 보호하고 있는지 그 모습만으로도 귀한 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모든 꽃차가 그렇듯이 청정한 지역에서 채취한 꽃은 되도록 물로 씻지 않는다.

향기와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홍화꽃의 향기는 차를 만드는 내내 수고하는 사람의 등을 토닥이듯 향기롭고 감미로운 맛을 미리 맛보게 해준다.    

<<홍화 꽃차 만들기>>

  1. 우선 가시가 돋아 있는 꽃받침을 제거해준다.

가시가 따갑기 때문에 주의해서 따야 하는데 다 따고 나니 복주머니처럼 되었다.

벗겨낸 꽃받침도 버리지 않고 따로 두었다 덖어 차로 마신다.   

2. 복주머니 모양의 꽃을 찐다.

채반 위에 면포를 깔고 그 위에 꽃받침을 벗겨낸 꽃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팬에 앉힌다.

1분 정도씩 찌는데 한번 찌고 꺼내서 부채질하여 바로 식혀 준다.

찔 때, 뚜껑에 김이 서리는데 바로바로 닦아주어야 한다.

이것을 3번 정도 반복한다.     

3. 습기가 잘 빠지게 하기 위해 꽃 아래 부분을 이쑤시개나 바늘 등으로 찔러 구멍을 내준다.      

4. 낮은 온도에서 채반에 꽃을 올린 다음 이틀 정도 둔다.

이때 뚜껑을 닫지 않는다.

온도는 한 번에 높이 올리지 않는다.

그것은 꽃이 적응하는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온도가 높으면 주머니가 다 퍼져버리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온도를 체크해야 한다.

온도조절을 잘못하여 꽃이 퍼져버리면 꽃을 감싼 잎마저 다 벗겨져 부드러운 알몸을 보이게 된다.     

5. 팬에 한지를 깔고 그위에 꽃을 놓은 다음 덖기 시작한다.

낮은 온도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온도를 높여가며 덖는다.    

6.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 덖어졌는지 확인하는 단계인 향매김 순서.

다된 홍화 꽃차를 놓고 뚜껑을 닫은 다음 온도를 올려 뚜껑에 김이 서리는지 보는 향매김으로 마무리한다.    

7. 홍화 꽃술 부분만 잘라 덖어도 훌륭한 차가 된다.      

8. 처음에 떼어둔 꽃받침은 가시가 있어서 유념은 하지 않는다.


여기서 유념이란 비비기를 말하는 것으로 꽃잎 등을 면이나 베 등에 감싼 다음 거친 표면에 대고 힘주어 문질러 차 잎 표면에 상처를 주는 것을 말한다.

유념을 하게 되면 잎에 상처가 나서 차의 향과 맛이 더 잘 우러나기 때문에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꽃받침 또한 덖고 식힘을 반복하면서 차로 완성한다.   

독한 가시 때문에 면장갑을 끼고 해야 한다.

3~4일 동안의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좋은 차로 거듭나는 홍화꽃....

우림 주전자에 홍화꽃을 넣고 기다린다.   

 

오랜 시간의 수고를 들여 완성된 홍화 꽃차이기에 3~4번을 우려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여태껏 꽃차를 만들면서 기다렸지만 차가 우러나길 기다리는 시간까지가 기다림의 완성이다.   

노을을 닮은 홍화 꽃차...

노을을 닮아 꽃말도 ‘당신을 물들입니다’일 거란 생각을 했다.     


귀농하고 이렇듯 꽃차를 만들어 차로 마시는 행복까지 누리니 여간 복에 겨운 것이 아니다.

귀농 주동자인 우리 집 남자에게 고맙다는 목례를 하고 싶다.    

<초의>에서 벽봉 스님은 초의 스님에게 말한다.

“농사꾼의 고통을 모르는 자는 쌀밥 이밥만 찾고, 찻잎 따는 자의 고통스러움을 모르는 자는 차향 차맛, 차 색깔만 따지고 가리는 법이다.

차를 마시되 차를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

차 마시는 사람이 차를 고마워하는 마음은 차맛이나 차 향기를 뛰어넘는 진짜 사람의 맛, 사람의 향기이니라. “   

하루의 빗장을 거는 시간,

오늘 하루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오며 만난  '인연'을 떠올리며 사람의 맛, 사람의 향기를 몸에 물들인다.     

그대는 무엇으로 인연의 물을 들이시는지요?     


산골 다락방에서 배 동분 소피아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의 긴 터널을 건너 온 당신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