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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Sep 05. 2016

엄마, 이거 가지 맞아?

귀농 아낙의 요리에세이

시원한 바람이란 바람마다 이글이글한 태양이 붙잡아 녹인듯한 날의 연속.....

‘봄이라 그럴 거야 ‘ 생각했다.     


칙칙하고 추운 겨울의 터널을 빠져나온 우리들에게 신이 주는 솜사탕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따사로운 햇살이었으니 그때는 용서가 되었다.

그러나 봄부터 여름 끝자락까지 그 용광로 같은 열기는 계속되었다.

    

어느 봄날, 난 가지, 오이, 토마토, 오이 고추 등 일용한 채소를 심었다.

너른 밭에 우리의 생계와 상관이 있는 유기농 고추를 심자마자 바로 이어서 심었다.

우리 가족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줄 것이기에 중차대한 일이었다.     

오이, 가지, 토마토 등은 하루가 다르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성장했다.     

바쁜 농사철임에도 불구하고 난 자주 올라가 오이꽃과 가지 꽃 등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안녕!’ 하는 옹알이를 해주었다.     

발랄한 노란 오이꽃들은 안 그러는데 보라색 가지 꽃들은 수줍음이 많은지 대지를 향해 있어서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기 어려웠다.  

바구니를 들고 나서는 귀농 아낙, 오늘은 꽃무늬 원피스가 봄 느낌이 난다.

가족들의 건강을 책임진 자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보라색 가지 꽃...

인간이 귀신같이 조색을 한다한들 이런 멋진 색을 낼 수 있을까.   

   

첫 수확을 했을 때의 기쁨이란...

이런 것을 처음 심는 것도 아닌데도 첫 수확의 기쁨은 늘 같은 온도이다.     

올해 이 극심한 가뭄에도 그들은 얼굴빛 하나 안 바뀌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산골 가족의 식탁에 가뭄이 들지 않게 해주었으니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서론이 길었다.

여태 껏은 가지를 죽죽 길게 잘라 끓는 물에 데치거나 삼발이를 올려놓고 찌거나 했었다.

그런 다음 물기를 살짝 짜주고 된장, 고추장, 다진 마늘, 쪽파, 참기름 등을 넣고 조몰락조몰락하여서 먹었다.     

하지만 한 두 끼면 한 해 그 과목의 반찬은 안 먹었다.

그러다 올해는 ‘이래도 안 먹을 테냐’라는 다부진 의욕이 불타올라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기로 했다.

    

우선 가지의 효능을 보면, 안토시아닌 색소가 들어 있어 항암효과와 시력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칼륨이 풍부하여 체내의 나트륨을 제거해주고, 부종완화와 이뇨 작용을 하며 약 94% 정도가 물로 되어 있는 가지는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그럼 이렇게 드시는 건 어떤지요?     

1. 우선 유기농, 자연 농인 가지를 씻는다.

2. 가지를 네 등분 한 다음 옆으로 썬다.

3.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살짝 굽는다.

이때 기름을 너무 많이 두르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기름 젖은 가지의 식감이 데치거나 찐 것과 엇비슷해질 수 있다.

4. 간장, 파, 들기름, 고춧가루 조금, 통깨 등을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5. 갓 구운 가지 위에 양념장을 얹는다.

이때, 양념장을 가지마다 다 얹지 말고 한 켜만 얹고 그것을 다 먹으면 다음 켜의 가지에 얹어서 그때그때 먹는다.     

가지를 양념과 함께 넣고 볶는 것과 달리 이렇게 하면 깔끔해 보이고 양념 맛이 살아 있어 가지 고유의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우리 집 아들, 딸은 가지를 싫어했다.


이번에 방학이라 서울에서 내려온 아이들이 가지라는 이유로 반찬에 손도 안 대다가 나의 권유로 죽지 못해 먹더니 신세계라며 한 접시를 뚝딱 비웠다.    

초보 농사꾼도 여름 내내 이 가지 요리를 많이 먹어주었으니 가지에게 거수경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 가을로 들어서는 계절, 몇 개 주렁주렁 달고 나의 발소리에 귀 기울이는 보라색 가지를 보며 나 또한 누군가의 마음의 양식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쐐기를 박는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 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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