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봄, 시골밥상에 올라오는 오가피순 무침

파릇한 오가피순이 귀농 아낙을 부르는 봄이에요.

내가 귀농하여 살고 있는 이곳 울진 하고도 오지 산중은 해발이 워낙 높아 

봄이 늦다.     

다른 곳에서 봄이라며 입만 열면 개구리가 튀어나올 것처럼 호들갑을 떨 때, 이곳 산골은 눈이 온다.    

(처음엔 손가락을 오무리고 있다가 조금씩 펴기 시작한다.)  

4월에도 꼬박꼬박 눈이 왔었는데 올해는 내가 귀농하고 처음으로 건너뛰었다.

4월에 한창 야콘을 심으면 눈이 펑펑 왔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러다 보니 다른 곳에서 한창 떠들고 지나가야 그제야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니 내가 늘 염두에 두고 살고 있는 ‘느림의 삶’과도 맞아떨어지지 않나 싶다.   

(가시 때문에 따는 데 애를 먹는다.)

산골에는 오가피나무가 꽤 있다.

오가피나무는 자주 잘라서 오가피 백숙을 해먹기도 하고, 여러 약재와 함께 물을 끓여 먹기도 하고 몇 개씩 이쁜 리본에 묶어 선물을 하기도 한다.     

오가피의 효능은 본초강목에서는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해준다는 것 이외에도 기를 보하고, 정력을 좋게 한다고 되어 있다.     

이외에도 노화방지, 고혈압에도 좋다고 하니 여간 고마운 자연이 아니다.     

봄에는 가시를 세우고 서있는 오가피나무에 초록의 이쁘고 여린 싹이 나온다.

이름하여 오가피순...    

(사과밭에 퇴비를 펴는 일은 내게 식은 죽 먹기다)

3월 4월은 농부에게는 숨 쉴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기 때문에 오가피나무에 싹이 나오는지 어떤지 알기가 쉽지 않으나 그 순을 얻기 위해 귀농 아낙은 자주 눈독을 들인다.     

드디어 이쁜 싹이 신생아 새끼손가락 반만 하게 올라와 있다.

어찌나 귀여운지...     

오가피순이 작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땀 흘려 따도 바구니가 차질 않는다.

그러나 이런 시간은 산골에서 묵상의 시간이요, 참선의 시간이다.  

나를 돌아보고, 위로도 하고, 나무라기도 하고, 그리고 다시 용기를 주는 시간이다.

끊임없이 자연 속에서 나를 담금질하여 강하게 하는 시간임에 틀림이 없다.  

이제는 슬슬 바구니를 든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오니 오가피 가지에 바구니를 걸었다.

이보다 쉬울 순 없다. ^^     

나의 작업복은 주로 치마이다.

그런데 오늘은 가시 때문에 치마를 입을 수가 없어서 꽃무늬 몸빼에 작업 앞치마를 둘렀다.      

시간이 겹겹이 쌓이고 오가피순도 바구니에 겹겹이 쌓였다.

나의 노고를 치하해 주기 위해 옆 산에 핀 진달래를 한 송이 따서 올려주었다.

입가에 분홍색 웃음이 달린다.  

집으로 돌아와 흐르는 물에 살짝만 씻어 물기를 뺀다.

그런 다음 초보 농사꾼이 좋아하는 양파를 채 썰어 넣고 고춧가루, 설탕, 죽염, 다진 마늘, 야콘식초와 귀농 주동자인 초보 농사꾼이 좋아하는 들기름을 조금 넣어 조몰락 조 몰락하면 끝~~~

    

새콤달콤한 양념 맛이 오가피순의 쌉싸부리한 맛을 잡아주기 때문에 여간 상큼한 봄 음식이 아니다.     

시골밥상은 이렇듯 자연에서 거저 얻는 것이 많으니 여간 행운이 아니다.     

밭에서 수고한 초보 농사꾼이 저녁상에 올라온 오가피순 무침을 보더니 막걸리병 뚜껑을 딴다.

귀농부부의 수고가 이쁘고 작은 오가피순으로 보상이 되는 날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 동분 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