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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Jul 15. 2016

그대의 꿈을 넣어두길!

귀농아낙의 와인박스 리폼 이야기

내가 파란색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귀농하고 리폼을 하면서 알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왤까?

나의 생각 속에 파란색은 꿈꾸게 한다는 개념이 강한 것 같다.

하늘을 보면 나의 현실을 잠시 떠나 현재 기르고(?) 있는 꿈들을 들춰보게 된다.

그래서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데 이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리폼을 할 때 파란색을 자주 칠한다.     

리폼하면 떠오르는 소재들이 있다.

리폼의 소재란 나무, 페인트, 못, 경첩... 뭐 이런 색으로 떠올리겠지만 여기서 소재란 기존의 헌 것을 새롭게 만든다는 의미에서의 소재를 말한다.   

  

와인 박스, 사과 박스, 서랍 등은 아주 좋은 소재가 된다.

이런 소재들을 이용하면 요긴한 작은 인테리어 소품부터 주방 소품까지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다.

 

(페인트를 칠하기 전에 젯소라는 하도색을 칠해야 한다.)

그 이후로 이 리폼 촛자도 와인 박스나 사과 박스, 서랍 등을 모으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다.

리폼 박스를 와인을 좋아하는 조카 덕에 많이 얻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정이 많은 지인이 자주 사용하는 편지지와 책, 필기류 등을 종이 박스에 넣어두고 쓰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또 한 이웃은 화초를 좋아하여 통나무 화원을 꾸미고 있는 중이라서 화원에 놓고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젠가 실력이 되면 귀농하고 알게 된 소중한 두 지인에게 작은 박스 하나씩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드디어 만들었다.


그런데 리폼 촛자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박스의 본체는 와인 박스이기 때문에 페인트 칠을 하면 되는데 문제는 뚜껑을 만드는 일이었다.

   

긴 나무 패널을 일일이 같은 크기로 톱질을 해야 하는데 내가 쥐는 힘이 워낙 없어 톱질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무리 열심히 길이대로 톱질을 해도 길이가 조금씩 달랐다.

이것도 사랑이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스스로에게 펌프질 해대며 만들었다.  

  

박스 본체에는 아이보리 페인트를 칠했다.

그리고 박스 안은 그의 꿈이 잘 자라도록 하늘색을 칠했다.     

가장 포인트가 되는 것은 뚜껑...

뚜껑은 딥 스카이 블루 색을 칠해 꿈이 미역국처럼 풀어지지 않고 다시마처럼 쫀쫀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경첩을 달아 뚜껑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했고 작은 손잡이를 달았다.

그리고 박스 본체에는 그림으로 냅킨 아트를 하였더니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  

   

못 자다 보니 피스 등의 모든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지만 만드는 내내 받을 사람들을 떠올리니 입가에는 하얀 박꽃 같은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귀농하고 이런 시간을 갖는다는 게 여간 소중하지 않았다.  

이제 박스가 완성되고 보니 없는 솜씨라 쑥스러움이 자꾸 밀려왔다.

두 사람에게 건넸다.    

그들의 하얀 미소가 지금도 나의 눈 언저리에 어른거린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 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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