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백석, <수라>(修羅) 중-
어느 늦디 늦은 가을 끝날, 작은 풀벌레 한 마리가 나를 찾아 집으로 들어왔다.
내가 가까이 가자 힘껏 뛰어 작은 서랍장에 붙는다.
그대로 두고 싶었지만 이내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해 뛰어다니다 주저앉을까 봐 서둘러 손에 올렸다.
"이곳은 너랑 나랑 함께 겨울을 날 곳이 못된단다.
여기서 그만 안녕을 해야 해.
혹여 운이 좋으면 우린 내년에 만날 수 있다고 믿어."
추운 밖에 너를 놓아주려는 순간, 넌 헤어짐이 싫은지 내 새끼손가락으로 돌아가 나를 외면했다.
그러나 모질게 입에 힘을 주고 꽃밭에 떨구었다.
순간 백석의 시 <수라>가 생각나 째진 눈에 경련이 일었다.
나도 자식이 있으므로...
백석의 <수라>라는 시를 옹알이한다.
<수라>(修羅)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백석은 거미 새끼 한 마리가 방바닥에 있는 것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내다 버린 모양이다.
그것도 차디찬 밤에...
그런데 어디선가 새끼 거미가 있던 곳으로 큰 거리가 오더란다.
순간 가슴이 짜릿해진 시인.
찬 밖이지만 너의 새끼가 있는 곳으로 가라며 다시 큰 거미를 쓸어내 보낸다.
거기까지라도 시인의 가슴은 아린데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이번에는 겨우 발이 채 서지도 못하는 신생아 거미가 와 아물거려 또 한 번 시인의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시인은 자신의 손에라도 오르라고 손을 내밀지만 새끼 거미는 무서워하며 달아나 시인을 서럽게 한다.
결국 시인은 보드라운 종이에 올려 새끼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있는 문 밖으로 보낸다.
온가족이 만났으면 하는 바램으로 슬퍼하는 것으로 시가 끝난다.
거미를 보면서도 가족을 생각하여 아려하는 마음이 읽는 이로 하여금 또한 아리게 한다.
나 역시 자식이 있으므로 시 하나하나에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마도 차디찬 밖이지만 가족이 모두 모인 것이 더 따사로운 일이라 여기는 마음이 행간마다 고여 있다.
오늘 만난 작은 풀벌레로 인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날이 쌀쌀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아이들은 끼니를 거르지 않고 잘 지내고 있는지...
나무 타는 냄새가 나의 등을 토닥여준다.
그대 아는가.
냄새가 위로가 될 때, 그 위로는 가슴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