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뛰는 삶을 살거라!

귀농이야기

by 배동분 소피아

((이 글은 2010년 7월의 글이다))

봄이 남쪽에서 올라오는지, 옆구리에서 오는지 어떤지는 내 잘 모르겠다만 분명한 것은 산골의 봄은 우리 집 앞산에서 온다는 거다.

이쯤 되면 TV나 라디오에서 남도의 봄 어쩌고저쩌고 목구멍 터지게 외쳐대도 우리 집 앞산에 ‘생강나무 꽃’이 출현하지 않으면 산골은 봄이 아니라 겨울로 친다.

생강나무 꽃이 내 눈 앞에서 알짱거려야 봄이다.


그렇다면 여름은 어떤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남성미가 넘치는 불영계곡의 다슬기가 통통해지고 물속에서 느릿하게 제 몸을 움직거릴 때를 난 여름으로 친다.

불영계곡가에 위치한 새점 밭에 심은 고추와 고구마, 그리고 달랑 한 바가지 심은 아피오스에게 문안인사하러 드나들며 밭 바로 옆의 불영계곡 물속을 들여다보니 다슬기가 살찐 얼굴로 엎드려 있다.

여름이다.


산골아이들에게 핏대를 세우며 하는 몇 가지 당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순간순간, 가슴 뛰는 삶을 살라 ‘는 거였다.

특히 아이들이 고1, 고3이 되다 보니 더 절절히 그들의 가슴에 그 말 풍선을 넣어주게 된다.

그리고 부록처럼 달아주는 말이

“네 심장 뛰는 소리를 매 순간 느끼며 살아야 한다”는 거다.

자기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꿈이 있어야 하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열성과 노력과 설렘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귀농하지 않았더라면 난 이 멋진 말을 책에서나 보았을 뿐, 나와 상관없는 말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참 멋진 말이다’라고 침만 흘리며....

그러나 지금 난 아이들에게 자신감 있게 말한다. ‘심장 이론’(?)에 대해....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어 꿈을 실행했고 또 심장소리를 듣기 위해 지금도 꿈을 제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고등학생이라는 귀중한 시기에 아이들에게 말로만 침 튀기기보다 무언가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을 제공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중 하나가 신문 스크랩을 하여 그 위에 색색의 펜으로 나의 느낀 점과 당부의 글을 박은 다음 기숙사에 있는 아이에게 편지와 함께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 신문 쪼가리는 시가 소개된 것이기도 하고, 어느 특정 분야에서 정말 멋지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사람을 소개한 글이기도 하고, 멋진 신문 사설이기도 하고 다양한 내용을 그 기사에 관한 내 의견을 편지에 적어 함께 아이에게 전해주었다.

모여 살면 한 자리에 둘러앉아 까만 눈동자를 서로 맞추고 이런 것들에 대해 대화하면 그만이지만 학교 기숙사에 들어앉아 있는 아이에게는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어서 생각해 낸 방법이 그것이었다.

그 방법은 두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번 중앙일보의 신문스크랩은 아이들은 물론 나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다.

‘미국 최고의 인기 앵커 앤더슨 쿠퍼 기자(43)에 대한 기사이다.


아이들을 위해 신문 사냥을 시작했는데 그 사냥감은 번번이 나까지 심장 뛰게 했다.

우선 엄마가 심장 뛰는 삶을 살아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점에서도 이 스크랩 교육은 의미 있었다.


지난 1월 강진으로 인해 전쟁터 같은 아수라장에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 프랩스에서 약탈 군중이 빌딩 옥상에서 던진 콘크리트에 맞아 머리에 피를 뒤집어쓴 12세 소년을 쿠퍼 기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구해낸다.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한 팔로는 소년을 안고 끌어내 온다.

피가 아이의 얼굴에서 온몸으로 철철 흐르는 소년에게 “괜찮다”며 안심을 시키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이번에는 들고 있던 카메라를 팽개치고 아이를 어깨에 끌어안고 다시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간 그 기자가 바로 세계를 감동시킨 그 동영상의 주인공 에더슨 쿠퍼 기자이다.


쓰나미가 덮친 스리랑카, 소말리아, 보스니아, 이라크,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의 극한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앤더슨 쿠퍼 기자는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전쟁 특파원이 되고 싶었지만 미국 경제가 어려워 방송사들이 채용을 기피했다고 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가짜 기자증’을 만들어 미얀마의 전장으로 간다.

이 신문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가는데 왜 그리 내 심장이 뛰는지...

하나하나의 문장이 진정으로 살아 움직이는 코 앞의 모습 같다는 느낌이었다.


앤더슨 쿠퍼 기자는 우리도 들어서 아는 밴더빌트가의 아들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국내총생산을 고려했을 때 록펠러에 이어 미국의 역대 두 번째 갑부이다.


우리나라 기자가 앤더슨 쿠퍼 기자에게 물었다.

기피와 두려움의 땅에 왜 기를 쓰고 가느냐고.

“내게 세상의 끝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다. 그건 감정적 공간이기도 하다. 내가 대학생일 때 형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형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번민했다.


생존이란 대체 뭘까. 왜 누구는 살아남고, 누구는 세상을 등질까. 해답을 주는 곳은 바로 분쟁과 재난의 땅이었다.

나는 상실을 경험한 다른 사람들 주변에서 그들이 어떻게 삶을 이어가는지 알고 싶었다 “고 답했다.

그는 아버지를 열 살에 잃었고, 형의 자살을 보면서 그 고통과 아픔을 스스로 극복해내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그리고 가문에 관계없이 자신의 길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간 멋진 사람이었다.


그 신문 한쪽에 2005년 카트리나 대재난 때, 정부와 의회의 무책임한 구호와 대응을 몰아붙이는 장면이 소개되었는데 그 또한 감동이었다.


우리나라 뉴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 랜드로 의원 : “앤더슨, 의회가 10조 원의 구호기금 통과를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는지나 모르겠네요.”

* 앤더슨 쿠퍼 : 방해해서 죄송한데요, 의원님. 전 못 들었어요. 지난 나흘간 여기 미시시피에서 시체가 나뒹굴고 그걸 쥐가 뜯어먹는 걸 보느라고요. 정치인들은 서로 잘했다고 치켜세우며 박수를 쳤지요.“


그런 당당함은 어디에서 오는지...

그 당당함과 용기, 자신감, 넘치는 적극성, 자신의 일에 대한 사랑 등이 부러웠다.

CNN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 기자는 "그런 최전선에서 남다른 성과를 내는 비결은 뭔가라는 질문에

"사람들, 그리고 거들의 경험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예컨대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기분이 어떠냐"라고 묻진 않는다. 그들이 어떻게 느낄진 이미 분명하다.

양해를 구하지 않고 카메라를 취재원 얼굴에 들이밀지도 않는다. 인간이 되는 게 먼저고, 기자가 되는 건 둘째다"라고 그는 말했다.


자신의 기사거리를 위해서는 카메라에 초점이 맞춰진 사람의 감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그런 기자들을 흔히 보는데 이런 기자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간성.

인간성....

요즘 나의 화두다.

왜 그 인간성을 금쪽같이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하던 끝에 쿠퍼 기자의 그 말은 전신이 번개를 맞은 듯 전율케 했다.

그리고 한국 청소년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본 뒤 덤벼야 한다.

심장을 고동치게 하고, 마음을 살로 잡는 그런 일 말이다. 내 주변엔 싫어하는 일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일을 즐길 수 없기 때문에 성공하기도 힘들다. 원하는 현장에 있다면 더 이상 ‘일’로 생각되지 않고, 다른 누구보다 열심히 뛰게 된다. 주변 사람들보다 단지 더 열심히 일한다는 것, 그 가치를 결코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


나의 두 아이들에게 늘 해왔던 말이다.

“심장이 뛰는 삶을 살라고, 너희의 마음이 향하는 쪽으로 거침없이 가라”라고...

그런 나의 외침에 더없이 좋은 예가 되는 기사였다.

두 쪽으로 난 신문을 아이들이 읽기 편하도록 스카치테이프로 붙이고 내가 강조하고 싶은 문장을 형광펜으로 칠했다.

먼저 두 아이에게 기사를 보여주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아이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며 몇 번이나 쿠퍼 기자를 입에 올린다.

딸아이는 기숙사의 다른 친구에게도 그 신문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아들은 밤 11시까지 계속되는 야자시간에 정신이 희미해질 때마다 엄마가 오려 보내준 신문을 꺼내 보면 정신이 바짝 든다며 하도 많이 봐서 너덜너덜해진 신문 쪼가리를 보여주었다


이번에 마침 쿠퍼 기자가 쓴 책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도 바로 사주었다.

내가 먼저 읽고 두 아이에게 읽혔다.

물론 우리 모두 감동과 놀라움, 경이로움을 느낀 책이었다.

아이들은 피투성이가 된 아이티 소년을 구하는 동영상을 찾아 여러 번 보았단다.

볼수록 감동이라며 내게도 그 동영상을 보물 열어 보이듯 보여주었다.


나도이 기사와 책 그리고 동영상을 보고 이토록 가슴이 막 잡아 올린 은갈치처럼 파닥이고 빛나는데 아이들은 오죽했을까.


이런 류의 스크랩이 처음은 아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다양한 자신의 분야에서 샌들린 사람처럼 일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에 스스로 감동을 받으며 자신만의 색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스크랩해서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많은 그것들을 참고로 하고, 느끼며 자신의 꿈을 만들어 갈 것이라 믿는다.

난 아이들이 세상의 흐름에 그저 휩쓸려 가는 삶이어서는 안 된다고 수없이 침 튀겨 왔다.

엄마, 아빠가 주체적인 삶을 위하여 마음이 시키는 대로 도시의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멋지고 의미 있는 삶이라고 판단한 귀농을 선택했듯이 너희 마음이 향하는 대로 행동하라고 했다.


하얀 마가렛꽃이 피었다.

아무리 늦은 시간에 나가도 그는 달빛 아래 환한 얼굴로 나를 맞는다.

산골은 밤에도 늘 정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