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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Mar 27. 2017

그거 아니?

그거 아니?
내 작은 방에서도 난 길을 잃어.

길을 잃는 건 거리랑은 상관 없는 거라구.
그건 말이야. 깊이와 관련이있는 거더라.

사람이 길을 잃는 건 마음의 깊이, 마음의 신선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내 안의 어떤 부분에 타격을 입었는지, 내 안의 어떤 부분에 얼마 만큼의 커다란 충격을 받았는지, 그리하여 쨍쨍하던 영혼이 어느 정도 속절 없이 위험에 노출되었었는지에 따라 헤매임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어.


사태가 이쯤 되면 자신을 무작정 달래려 해서도 안되고, 자신이 똘망똘망하지 못하여 그저 얻어터졌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윽박지르지도 다그치지도 말아야 해.

그냥 그대로 두고 그대로 들여다 보는 거야.
구석구석 이빨을 스케일링하듯 ‘지금 상황’을 찬찬히 들여다 보는 거야.
그러자니 여간 죽을 맛이 아니겠지.

그리고 바닥까지 내려가야겠지.
그 ‘바닥’에서 살다시피할 정도로 바다 밑 신비의 세계를 탐닉하듯  나의 바닥을 훑어 봐야겠지.


그리되면 인생 소품으로 취급되었던 것들도 다 재조명이 되더라구..
그건 결코 소품이 아니었다는 깨달음도 덤으로 얻으니 어떤 일이든 쓸데 없는 일은 없는 것 같아. 
고통이 오랫 동안 콕콕 바늘로 찌르듯 아는체를 해서 그렇지.


번지르한 것에 눈이 뒤집어지다 보니 옆으로 밀어놓고 소품취급했던 거였을 뿐인데...
이 시점에서 그러한 것들을 재조명하자는 거지.

그 재조명이라는 것이 결국은 옆에 밀쳐두었던, 늘 3순위였던  자신을 토닥토닥 위로해 주고, 용기를 주는 거야.
그럼 이른 봄날의 개울가 버들강아지처럼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봐.

그러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수야.
그리고 이내 자신의 길을 힘차게 찾아가는 거야.
남아 있는 내게 주어진 길을...

길을 잃지 말고 잘...
난 그날을 기다리고 있어.
저 홀로 깊어져 길을 잃지 않는 날을...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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