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아낙의 리폼이야기
자연이 내게로 오는 길목에 무엇이 있을까?
창문이다.
우리는 창문을 통해 세상을 보지만,
동시에 창문을 통해 자연을 맞이한다.
자연은 늘 내게 ‘기적’을 보여준다.
수정처럼 투명한 하늘, 어둠 속에 박혀 있는 별들,
늘 황달기가 있는 달, 바람의 온도, 바람의 감촉,
꽃들이 피고 지는 행위 등 모든 자연이란 기적의 다른 이름이지 싶다.
그런 것들이 창을 통해 내게 손을 내민다.
그래서인지 난 창문을 좋아한다.
어딜가든 이쁜 나무 창문이 있으면
그 창문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창문리폼하면 프로방스풍을 떠올린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유럽가면 이쁜 집에 난 창문에 빨려들어간다.
색색이 그렇게 이쁘고 똑똑 두드리면 차 한 잔을 창문으로 내줄 것만 같다.
그래서 만들어 보기로 했다.
프로방스풍 창문은 창문인데 공갈 창문이다.
그러니까 인테리어용 창문이란 뜻이다.
집 밖의 한쪽 벽면에 작은 창문을
멋으로 달아놓기로 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프로방스풍하면 나무도 어디서 쓰던 것으로 하는 것이
빈티지 효과가 있어 좋은데 어디서 그런 것을 구한단 말인가??
고민하는 순간!!!
턱하니 내 이 째진 눈에 들어온 것을 바로 이것!!!
우리 농장에서 만드는 각종 효소(발효액)을 넣을 병을
한꺼번에 주문하는데 양이 많다보니 파렛트 위에
병을 적재하고 지게차로 떠서 내려주고 간다.
집 주위에 거의 버려지다시피한 파렛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내 리폼의 기본은 되독이면 집에 돌아다니거나
주워온 나무 등을 재료로 한다는 것이다.
대못으로 여러 군데 꽝꽝 박혀져 있어서
우선 그 못을 빼는 일이 창문을 다 만드는 일보다 오래 걸렸다.
그렇게 해서 얻은 나무패널을 창문 크기로 잘라 놓았다.
그런 다음 창문을 만들고 나니 슬슬 욕심이 생겼다.
프로방스 창문에는 이쁜 어닝이 있어야 깔끔했다.
어닝의 색깔은 하늘을 상징하는
‘딥 스카이 블루‘ 색상으로 하기로 했다.
이제 문짝과 어닝의 색을 칠하고 마른 다음
바니쉬로 마감을 했다.
이렇게 끝나면 허전할 것 같아
어닝 한 켠에 하늘을 떠다니는 배 그림으로
냅킨 아트를 했더니 한 인물이 났다.
그런 다음 집 벽면 한 켠에 창문 틀을 만들어 붙였다.
그리고 문짝과 어닝을 달았더니 허전했던 벽면에 생기가 돈다.
공갈 창문이지만 창가로 누군가 다가와 속삭이듯 내게 말을 걸 것만 같다.
이 깊은 산중을 프로방스풍으로 꾸미고 싶은 게 나의 꿈 중 하나다.
그런데 재주가 있어야지.
일단 어설프게나마
프로방스풍 창문을 만들고 나니 볼수록 그냥 좋다.
저 창문을 두드리면
내가 좋아하는 빨간머리 앤이 환하게 웃으며
나올 것만 같다.
다음에도 창문 시리즈를 만들어야겠다.
산골로 귀농해서 꿈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꿈의 작은 조각이라도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다는 게 행운이다.
그대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