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 싶어!』-올리버 제퍼스 글, 그림
날고 싶은 펭귄이 있다. 펭귄에게는 무엇이든 함께 하던 친구가 한 명 있다. 그 친구는 펭귄이 날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다방면으로 펭귄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와준다. 아무리 찾아봐도 펭귄은 날 수 없다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펭귄이 날 수 있는 것을 도와줄 방법을 찾고자 둘은 동물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펭귄은 운명적인 포스터 한 장을 보고 친구도 잊은 채 그곳으로 가버린다. 그저 날 수 있다는 생각 만으로 펭귄은 갔지만 막상 늘 함께이던 친구가 없다 두려움과 외로움에 휩싸인다. 친구도 없어져 버린 펭귄을 찾아 헤매다 펭귄이 있는 곳을 찾아내고, 펭귄이 날던 그날, 극적으로 펭귄을 받아주러 나타난다. 친구는 펭귄이 날아본 기분이 어땠냐고 물었지만, 펭귄은 더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 자신이 날 수 없었던 것은, 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
괜찮았어.
하지만 하늘을 날며 깨달았지.
내가 날 수 없었던 것은 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일의 차이.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동감한다. 그런데 해보지도 않고 나는 이 일과 맡지 않아라며 지나쳐 버린 것들이 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요즘 나의 작은 호기심과 홀린 듯이 눌러버린 신청 댓글로 인해 내 삶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길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미술 똥 손이라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보게 된 블로그의 그림 그리기 모집글을 보고 신청하고 돈을 입금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말 무언가에 홀린 듯이 전혀 왕래도 없던 블로거였는데 어쩌다 그 글이 눈에 들어온 건지 신기할 따름인데 한치의 의심도 없이 수업료까지 입금해버리는 대범함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저 보고 따라 그리는 것만인데도 잘한다고 칭찬을 받으니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이렇게 칭찬받은 적이 있었나?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요즘에는 당당하게 칭찬도 잘 받아보려고 한다.
그림책 공부를 하다 내가 읽고 좋았던 책들을 정리하려고 시작한 블로그였는데, 글의 방향 없이 서평도 독후감도 아닌 글을 쓰다 보니 부담도 되고 점점 귀찮아졌다. 그렇게 글쓰기에 소홀히 하고 있던 찰나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서 읽게 된 피오나(임리나) 작가님의 '나를 위한 그림책' 정말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잘 쓰셨다 생각하고 있는데 인스타 피드에서 작가님이 매일 30일 글쓰기 모임을 모집한다고 해서 아무 생각 안 하고 신청서를 냈다. 다음날부터 시작된 글쓰기 모임. 작가님 덕분에 용기를 얻고 글의 방향성도 잡고 이렇게 브런치 작가도 됐다. 내가 작가라니... 주변에서 놀라는 눈치다.
전혀 생각도 못하던 일들이 이어지면서 점점 욕심이 난다. 욕심이 나니 또 습관처럼 멈칫하게 된다. 그저 한순간의 열정으로 넘치는 호기심이 아닐까, 그동안 늘 그랬던 것처럼 관심사가 생기면 미친 듯이 정보수집을 하지만 결국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열정은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나는 역시 안되라며 주저했던 시간들.
그 망설이는 시간에 실천으로 옮겼더라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지금처럼 작은 용기에도 큰 변화가 있는데 그동안은 왜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그렇다면 지금 내가 설레어하는 것들을 용기 내서 시작하면 되는 걸까? 가다가 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누군가는 말했다. 본인이 어렸을 때 하지 못한 것은 그 아쉬움 때문 에라도 커서 그 주변을 맴돌게 된다고. 키덜트 상품이 유행하는 것이 어릴 적 장난감에 대한 결핍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지금은 망설이지 않으려고 한다. 일단 가보자, 그 길의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다 보면 내가 정말 원하던 목표에 어떤 식으로든 도착하겠지, 길이 아니라고 생각 들 때 다시 돌아오려 하지 말고 그 길에서 방향만 바꾸면 된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방향을 바꿔 조금 돌아가면 원래의 길로 만나게 되어 있으니까.
진정한 우정, 나에게도 이런 친구가 있을까?
무슨 일이든지 함께 하던 두 친구, 펭귄의 꿈을 도와주려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친구를 보며 생각했다. 나에게도 이런 조력자 같은 평생 친구가 있나? 그런데 문득 남편이 생각이 났다. 나에게는 밉던 곱든 남편이 나의 평생 친구이자 지금은 나의 열열한 1 호팬이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 툴툴대지만 속으로는 나를 가장 잘 챙겨주고 있는 사람이다. 남편은 자신에게 제갈량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본인이 제갈량일 수 도 있고, 어쩌면 내가 남편의 제갈량일 수도 있는데 어디서 찾고 있는 건지.
펭귄이 마음 편하게 날고 싶다고 했던 이유도 옆에서 항상 믿고 지지하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인 것처럼 내 편이 있다는 것만큼 든든한 게 없다. 지금 나에게도 든든한 지지자인 남편이 있어서 두렵지만 한걸음 한걸음 날아오르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날아오르고 싶은 이유도 수 만 가지, 날지 못하는 이유도 수만 가지, 하지만 펭귄의 말처럼 내가 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지냈던 거라면 나는 그 두려움을 깨고 다시 날아오르고 싶다. 나는 특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