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낡은 쌈지 가방...
통가죽이고
굉장히 크고
질긴.. 좋은 가방이다.
단점이라면 가방이 좀 무겁다는 점.
하지만
워낙 잡동사니를 바리바리 다 싸들고 다니는 나에게
매우 실용적인 가방임에 틀림이 없다.
대학 입학 선물로 어머니께서 사주신 것으로 기억한다.
그동안 노브랜드 가방만 메고 다니던 내게, 브랜드 가방은 신선한 설렘이었다.
8년은 메고 다녔던 것 같은데.
어느 날, 학교 연구소의 동료 연구원이 흘끗 보더니 한마디 한다.
"어머 선생님, 가방이 왜 이래? 너무 낡았다~ 길라임보다 더해~"
물건을 험하게 쓰는 탓에 여기저기 상처가 나고 해진 가방..
그래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어 오히려 빈티지한 멋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모른척하고 무시하고 계속 메고 다녔더니
나중에 한마디 더 한다.
앞으로 교수님 따라다닐 때는 메고 다니지 말란다.
옆에 계시던 실장님도 거든다 ㅋㅋㅋ 교수님 따라다닐 때는 다른 가방 메라고.. 아니면 차 안에 두고 나오라고.
이 가방이 그렇게 창피한가...
내겐 누가 뭐래도 소중한 가방인데.
명품보다 더 좋은 내 가방인데.
얼마나 럭셔리하게 보여야 하기에 가방까지 메라 메지 말라 하시는지..
그렇게 거지 같은지.
오래된 것의 소중함.. 낡은 추억의 소중함
내면에 담긴 소중함을 그들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