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시들기 때문에 아름답다.
날아가는 비눗방울도
곧 터질 것을 알기에 아름답다.
손을 뻗어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들이 사람의 마음을 뒤숭숭 히 흔들고 설레게 한다.
나는 활짝 핀
그러나 곧 시들 운명을 가진 꽃처럼
한순간의 만개함을 끝까지 아름답게 피우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어 나의 고운 체취로 널 물들이는 향수가 되련다.
영롱한 유리알 같은 맑음으로 방울방울 날아내다가
어느 순간 톡 하고 사라져 공기 안으로 물드는
비눗방울처럼
나는 형체 없이 흔적만 남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