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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p Oct 30. 2023

[철학] 상품화 효과, 밀어내기 효과

경제학

요즈음 많은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재화와 사회적 관행의 성질을 바꾼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최근 시장이 비시장 규범에 대한 잠식효과를 최초로 강조한 사람은 영국의 경제학자 프레드 허시이다. 허시는 자신이 명명한 '상품화 효과'를 주류 경제학이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상품화 효과'란 비상품을 상품으로 개발하려면 사회공공성 보다는 영리적 조건, 수요적 조건에 의존해서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지구환경보호 차원에서 ESG 경영이나 친환경 제품 소비 장려,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로 상품화 효과에 공공성이 많이 부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경험주의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상품화 효과를 입증하는 증거들을 발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행동주의 경제학자 그룹에 속해있는 댄 에리얼리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어떤 일을 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으면, 특히 요청받은 일이 좋은 일인 경우에는, 차라리 무료로 해달라고 요청받을 때 보다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이 주장한 결론을 설명하기 위한 실화를 소개한다.


미국 퇴직자 협회는 가난한 퇴직자들에게 시간당 30달러의 할인된 비용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 줄 의향이 있는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변호사들은 이 제의를 거절했다. 이번에는 가난한 퇴직자들에게 무료로 법률 조언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변호사들은 시장 거래보다 자선활동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더욱 관대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사회심리학 연구 분야의 이러한 상품화 효과를 설명하는 이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직면한 임무에 대한 도덕적 신념이 흥미와 같은 내재적 동기와 돈이나 다른 유형의 보상과 같은 외재적 동기의 차이점을 강조한다. 내재적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하면 그들의 내재적 흥미나 헌신을 '밀어내거나' 그 가치를 떨어뜨려 동기유발을 약화시킬지 모른다.


밀어내기 현상은 경제학에서 커다란 의미를 차지한다. 내재적 동기 유발이나 도덕적 헌신이 중요한 교육, 건강, 직장, 자발적 단체, 시민 생활 및 기타 환경의 많은 측면에서 시장 메커니즘과 시장논리를 적용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스위스 핵 폐기장 문제의 연구자인 브루노 프레이와 경제학자 레토 예겐은 밀어내기 현상을 이렇게 정리한다. "밀어내기 효과는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이례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금전적 인센티브를 인상하면 공급이 늘어난다는 가장 근본적인 경제학 '법칙'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밀어내기 효과가 작용하는 경우는 금전적 인센티브를 인상하면 공급은 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한다.


이에 대한 예를 찾아 나의 초등생 3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나는 점심식사를 하고 아직 남은 점심시간에 교실로 들어가서 선생님의 교실청소를 도와드렸다. 알고 보니 초등 저학년 학생들은 청소를 시키지 않고 담임교사가 다 해야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너무 힘드실 것 같아서 친구 몇 명을 모아 점심시간마다 청소를 도왔다.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었겠지만 놀이라고 생각하며 책상과 의자를 다 밀고 교실을 쓸고 닦았다. 선생님은 감동하셨고 그 학기 내게 '모범 어린이 상'을 수여하셨다. 그러나 나는 웬일인지 기쁘지가 않았다. 나의 진심이 상을 타려고 했던 행동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상을 받고 다시는 선생님을 도와드리지 않았다. 돈의 메커니즘은 아니지만 선의로 행한 행동에 보상이 주어지면 동기유발이 약화되는 것이다.


세계철학대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을 때 김선욱 교수님이 초청한 성악 4중창단은 무보수로 세계의 석학들을 위해 그 자리를 웅장하게 채워주었다. 그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이타주의나 사랑, 봉사정신이나 의무감이었기 때문 이리라. 그러나 이 이론은 돈이나 명예를 가진 사람들에게나 적용되지 당장 굶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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