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
중간 관리자의 역량은 뭐니 뭐니 해도 적재적소에 인재를 천거하는 능력이다. 진나라의 임금 평공이 기황양에게 물었다. "남향현에 현령 자리가 비었는데, 그대가 보기에는 누가 이 자리에 앉는 것이 좋겠소?" 기황양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말했다. "해호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왕은 놀라서 물었다. "그는 그대의 원수가 아닌가?" 기황양이 대답하기를 "임금님께서는 누가 적임자인가를 물으셨지, 제 원수가 누구인가를 물으신 것은 아니지 않사옵니까?"
그래서 진평공은 해호를 남양 현령으로 삼았다. 과연 해호는 백성을 열심히 가르치고 격려하여서 낡은 정치의 폐단을 단번에 없앴으므로 남양 땅이 평화로워 칭송이 자자했다.
그 후, 오래지 않아 진평공이 조정의 법관자리가 비어 기황양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기황양은 "기오라면 잘 해낼 것입니다." 하였다. 평공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기오는 공의 아들이 아니오? 그대가 아들을 추천하다니 두고두고 남의 입에 오르내릴까 걱정이요."
기황양이 대답했다. "임금님께서는 누가 법관을 맡을 만한 인물인가를 물으셨지, 기오가 제 아들인가 아닌가 하는 사실을 물으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과연 법관을 맡은 기오는 신중하게 법을 집행하여 나라에 이익을 주어 백성의 칭송을 받았다.
공자가 이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이 칭찬했다. "기황양은 인재를 천거할 때 밖으로는 자기의 원수도 피하지 않았으며 안으로는 자기 자식도 꺼리지 않았으니 참말로 공평무사하구나." 실로 대인배가 아닐 수 없다.
훌륭한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의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조직관리자에게 언제나 통하는 말이다. 기황 양은 공정한 대의를 기준으로 삼아, 인재를 천거할 것을 요청받고 나서 유능한 사람이면 원수라도 등용하였고 심지어 자기 아들임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원수를 갚는 일은 사사로운 문제에 속하고 유능한 이를 천거하는 것은 공적인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었다. 기황양이 살았던 춘추전국시대에는 워낙 능력을 다 갖춘 인재가 많지 않아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인사를 담당한 사람이 실제로 자기 아들을 추천한다면 누구나 의심하고 부당하다 생각할 것이다.
이를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은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하게 실력으로 압살 하면 된다. 실력을 인정받으면 자연스럽게 나쁜 소문도 사라진다.
전근대 사회에서는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은 사사로운 인간관계에 얽매여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자기가 속한 무리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고 확대하려 하였다. 본인이 알고 있는 사람이나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사람을 등용하고 의지하려는 마음은 인간의 내재되어 있는 이기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만 사사로운 인간관계가 부정부패를 종종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조선 시대 태종 이방원은 세종대왕이 왕위에 오르자 이황을 높은 관직에 등용하기를 권한다. 그러자 세종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분 께서는 제가 왕좌에 앉는 것을 반대하고 형인 양녕대군의 복위를 꾀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러자 태종은 "그자는 너를 반대했지만 그것은 신념에 관한 것이었지 일에 있어서는 대체할 자가 없느니라."
그렇게 세종은 이황을 받아들였고 정말 그는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하며 세종이 승하할 때까지 도왔다.
인재를 잘 등용하는 것이야 말로 일을 잘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