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커닝 페이퍼
중학생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커닝 페이퍼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그 분위기에 이끌려 시험을 앞두고 교과서를 펼쳤습니다.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며 조그만 페이퍼에 빼곡히 지식을 옮겨 담았습니다.
그런데 페이퍼를 만들던 도중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커닝 목적으로 시작한 일인데 만들고 보니 정리한 내용이 머릿속에 다 들어와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다 외웠는데 굳이 이 페이퍼가 필요할까? 이 시간에 차라리 더 외우고 말지!"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 순간은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나 페어플레이 정신에 대한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커닝 페이퍼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학습의 중요한 행위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고 중요도를 판단하며 나만의 언어로 정리하는 모든 과정이 강력한 기억 형성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결코 제가 남들보다 똑똑해서가 아니라 능동적인 학습의 결과였던 셈입니다.
결국 그 커닝 페이퍼는 본래 목적과 다르게 저에게 예상치 못한 학습 효과와 함께 유쾌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의도치 않은 과정 속에서 뜻밖의 소중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