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저쪽 한 구석에
진달래인 척하는 철쭉이
나보다 키 작은 철쭉이
한 화분 가득 흩뿌려져 웃고 있다.
피를 먹었느냐
누군지는 몰라도
어떤 병신 같은 자식이
병원에 철쭉을 놓았단 말이냐.
관을 뚫어버린다는
무덤가의 아카시아처럼
화분이 비좁았던지
허공까지 침투해버렸다.
내 얼굴 보지 마라
나와 눈 맞추지 말아라
희게 질린 일본식 가면을 쓰고, 화장을 하고
현란한 네 빛깔 같은 기모노를 입고
가부키를 춘다. 네 앞에서.
의사는 내게
정신과 치료를 요망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