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현 사진전
영화가 지나간다면 사진은 머문다.
사각 프레임 안에서 영원히. 정지된 상태로. 그 안에 포착된 어느 인물의 포즈마저 정적이면 왠지모르게 슬퍼진다. 어쩌면 뒷모습만 봐도 알법한, 누구나 잘 아는 사람들의 모습. 이 인물들의 일련의 뒷모습들은 필요 이상으로 정적이다. 모든 피사체로서의 인물은 반신, 상체의 뒷모습과 흑백으로 통일되었다. 일정한 사이즈로 걸린 사진 작품들은 확실히 너무 잘 정리된것들이 늘 그렇듯, 거부감은 없으나 지루함을 피할 길이 없다.
인물의 뒷모습은 앞모습에서 볼 수 있는 눈코입을 비롯한 디테일이 없는데다, 명도를 떨어트린 흑백 사진이다보니 오히려 하나의 덩어리들로 다가온다. 평생의 업에 달린 분신과도 같은 사진들을 세상에 내 놓음으로서 작가는 피사체와 교감한 순간이 아니라, 교감하지 못한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것 같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단연 얼굴일 것이다. 미묘한 표정과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피사체의 불편함, 또는 순수함. 무엇이든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 긴장의 순간, 교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스칠 때 마다 작가는 주인공에게 뒤돌아 서기를 주문한다.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평정심을 찾는다. 그러니까, 이 수많은 누군가의 뒷모습들은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작가의 고민과 긴장의 순간의 증거이자, 떨림 그 자체인 것이다. 홍장현은 평생을 업으로하는 패션 사진 촬영에서 만나는 가장 불안한 순간을 기록했다. 눈앞의 피사체를 통해. 이렇게 생각하니 이 흐릿하고 지루한 뒷모습들에서 빛이 나는 것 같다.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고통과 고뇌를 견뎌낸 찰나에 태어나니까. 그러니까, 홍장현의 이 수많은 뒷모습들이 정말로 주목할만한 것이라면, 그것은 확실히 사진속대상이 유명인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바르트는, "사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것을 (반드시) 말하는게 아니라, 존재했던 것을 다만 확실하게 말한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렇다.
사십대의 목표는 연명이다.
삼십 대에 인생 철학을 완성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내가 살아본 서른 즈음은 철학으로 무장하기엔 너무 어리다.
경험만이 전부인양 내세워서는 사십 대에 질 좋은 철학적 기반을 만들지 못한다.
이후에 자기 작업을 계속 밀어가려면 대단히 중요한 시기이다.
그게 요즘 좋아하는 '연명'이라는 단어에 담긴 뜻이다.
홍장현 인터뷰 중
앤디워홀처럼 쇼업을 할 줄 알면 참 좋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쇼업을 못하는 나는 생각보다 폐쇄적으로 살고 있다.
대중들의 눈에는 화려한 삶처럼 보이겠지만, 전혀 아니다.
결국은 노동자일 뿐.
남들이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하나라도 건지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것이 나쁘지 않다.
30대 중반쯤에 반드시 대중과 소통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나는 '동네 잔치'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
내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바라봐주면 된다.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패션은 보여줘야 하는 작업임에도
진짜 자신을 보여주기 꺼려하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홍장현 인터뷰 중
홍장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패션 포토그래퍼. 경일대학교를 졸업하고 김현성, 이전호, 안성진 어시스턴트를 거쳤다. 2003년에 대학 동기 최용빈과 차린 용장관 스튜디오는 ‘사진사관학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성업중이다. 이효리와의 인연으로 출연한 골든 12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렸고, 송혜교&송중기 커플, 배용준&박수진 커플 등 탑스타 웨딩 사진을 찍으며 이름을 각인시켰다. 보그, W, ELLE등 국내, 해외 잡기 커버는 모두 그의 패션 포토 작업으로 장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시대 흐름에 맞춰 브랜드 필름과 영상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디자인 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