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사랑이 필요해

-엄마의 결혼식-<윤주성>

by Sophie

딸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길가에 산책 나온 강아지나 길냥이를 보면 한참을 서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성화에 못 이겨 고양이 임시보호를 해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딸아이는 고양이에게 애정을 듬뿍 주었다. 그래도 일하면서 애완동물까지 키울 자신이 없어서 우는 아이를 달래고 새 주인에게 고양이를 보냈다. 하지만 이혼 후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 고양이를 키우는 것을 허락해 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새로 생긴 고양이를 하양이라고 이름 짓고 박하사탕이라는 애칭도 지어주었다.


하양이는 외동인 아이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텅 빈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내가 퇴근할 때까지 학원 아니면 도서관에 있던 아이가, 학교가 끝나면 하양이를 보기 위해 집으로 달려갔다. 덕분에 나는 퇴근하고 길이 막힐 때마다 혼자 집에 있을 아이 걱정을 덜하게 되었고, 집안일을 하기도 훨씬 더 수월해졌다. 가끔 하양이가 그 짧은 다리로 거실을 뛰어다니고 배에 올라와 꾹꾹이를 해줄 때면 조용했던 집안이 웃음소리로 가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완동물이 줄 수 있는 위로는 거기까지였다. 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하게 되는 수많은 고민들을 나누고 나는 내가 살아내는 어른의 삶을 공감하고 함께해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순간순간 들었다. 그건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온 날이나, 친구들이 아빠랑 보낸 주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속상해했고, 아빠와 놀러 나온 아이들을 보면, 아빠를 더욱 보고 싶어 했다. 그리고 가끔 “엄마랑 아빠는 다시 같이 살면 안 돼?”라는 말로 조심스럽게 부모에 대한 원망과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표출하곤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의 빈자리로 인한 슬픔과 외로움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어쩔 수 없는 일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행복으로 메꾸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아빠대신 내가 장거리를 운전해서 딸을 데리고 여행을 다녔고 남편대신 딸이 아픈 내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주었다. 또한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더 자주 하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조금씩 슬픔에서 빠져나왔다. 함께 있는 시간의 소중함도 더 커졌다.


그런데 나와 딸이 전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자 주변에서 슬슬 재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재혼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엄마였다. “힘들겠지만 자식도 있으니 혼자 사는 게 낫지”라고 말씀하시던 엄마는 이제 좋은 사람이 생기면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데이트도 하라는 말을 하셨다. 지인들도 혼자 사는 나에게 누구 만나볼 생각 없냐며 아직 젊은데 좋은 사람 소개해 줄 테니 만나보라고 제안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에게 아직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고 이제는 괜찮겠지 하고 소개받은 사람을 만났던 적이 있다. 그런데 딸아이 이 가 그걸 눈치채고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간섭하기 시작했다. “엄마, 난 엄마가 아빠랑 다시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아빠 말고 다른 아빤 싫어”라고 얄밉게 말하기도 했다. 시어머니처럼 구는 아이의 마음이 이해는 가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했다. 비어있는 남편의 자리에 여전히 아이 아빠가 존재하는 것 같아서 싫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에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너도 잘 지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많이 힘들었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과,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나의 행복보다 아이의 행복이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바쁜 일정과 아이의 거부감으로 그 만남은 흐지부지 끝났다. 아이를 설득시켜 가면서 만남을 계속 이어나갈 만큼 인연이 깊지 않았기도 했다. 이혼 3년 차, 아직은 아이에게 사랑을 쏟으면서 이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기인 것 같다.


「엄마의 결혼식」은 한 부모 가정의 엄마로서 느끼는 이런 고민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아이의 엄마인 주인공은 남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혼자 아이들을 키웠다. 그러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자 “이제 엄마도 결혼하고 싶어”라는 선전포고를 한다. 이 선전포고에는 여자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엄마의 바람이 잘 느껴진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큰 아이는 아빠를 잊어버린 듯 한 엄마의 모습에 서운함을 느끼고 새 가족이 될 엄마의 남자친구와 그 남자친구의 아이에게 묘한 질투심과 경계심을 느낀다. 이런 아이의 마음은 키우던 쥐에 투영된다. 키우던 아빠 쥐가 죽고 그 쥐를 대신할 새로운 아빠 쥐를 사 왔는데 그 쥐가 새끼 쥐들을 잡아먹은 것이다. 이 모습을 보고 아이는 새아빠에 대한 공포심이 커진다. 존재하지 않는 아빠에 대한 애착도 이 정도인데, 볼 수 있는 아빠에 대한 애착은 어떨까? 그리고 아빠의 자리를 대신하겠다는 사람에 대한 거부감은 얼마나 클까? 엄마의 재혼을 마주한 이야기 속 아이의 마음을 통해 딸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어느 시기가 오면 나도 딸도 각자의 삶을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때 가서 내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때 가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지 못했을 때, 딸에게 헌신하고 홀로 외로운 빔을 보낸 것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혼하고 얼마 안 됐을 때는 연애든 결혼이든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 흉을 보면서 은근슬쩍 자랑을 하는 엄마들이 행복해 보였다.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싱글맘 싱글 대디들이 아이와 함께 놀러 다니며 가족같이 지내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혼자 울고 웃는 내 모습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행복해지고 싶다. 아이가 이런 나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고, 나도 새로운 사람에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 그 딱 맞는 타이밍에 기적처럼 좋은 인연이 찾아온다면 다시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아직은 그때가 오길 기다리면서 딸과 행복한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인연이 찾아온다면, 그 인연이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딸을 위해서라도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기를 여자로서 엄마로서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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